“사망률 50% 무서운 이 질병”…韓 연구진, ‘패혈증’ 치료법 찾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명희(아랫줄 왼쪽) 박사 연구팀.[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비브리오균이 패혈증을 촉진하는 병인을 새롭게 찾아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김명희 박사 연구팀은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체내 침투 후 인체 면역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현재 항생제 외에는 치료제가 없는 패혈증균 등에 의한 감염병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투한 균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5~6월경에 발생하기 시작해 8~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69명의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발생하는 등 국내 발생 환자 수는 매년 100명 미만으로 많지는 않지만, 사망률이 40~50%를 넘는 매우 심각하고 위중한 질환이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생산하는 가장 치명적인 물질은 다양한 독성 인자들을 함유한 MARTX 독소다.

MARTX 독소는 패혈증균이 인체에 감염되기 전에는 함유한 독성 인자들이 비활성화된 묶음 형태로 존재하지만, 감염 후 인체 세포에 침투하면 인체 세포 단백질을 이용해 독성 인자들을 방출시켜 세포 기능을 마비시키고 패혈증을 촉진한다.

연구팀은 2019년 수행한 연구에서 어떻게 MARTX 독소에서 독성 인자들이 방출되어 병원성을 급격히 활성화하는지를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MARTX 독소에서 방출된 독성인자가 인체 세포 내 단백질과 만나 인체 면역을 공격하는 ‘트랜스포머 단백질’로 전환해 초기 방어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패혈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명희 박사가 비브리오 패혈증 관련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X-선 결정학과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활용해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독성인자와 인체 세포 단백질 간의 결합을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MARTX 독소가 방출한 여러 독성인자 중 유일한 듀엣 독성인자인 ‘DUF1-RID’는 인체 세포 신호전달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 칼모듈린(CaM)과 강하게 결합해 인체 대사와 면역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인 NAD+를 분해하는 효소(NADase)로 바뀌었다. 동시에 또 다른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인 Rac1과도 결합해 감염 초기의 면역 방어에 핵심 물질인 활성산소종 생산을 마비시켰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DUF1-RID이 CaM, Rac1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 패혈증균을 제작하고 이를 동물모델에 적용하자 별다른 증상 없이 생존하는 것을 확인하며 패혈증 치료의 새로운 대안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명희 박사는 “비브리오 패혈증균 감염이 기저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이유를 알게 됐다”며 “트랜스포머 단백질은 비브리오 패혈증균 외에도 콜레라균 등 다른 병원균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확보한 고해상도 입체구조는 패혈증을 유발하는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7월 23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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