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개발 단지를 지나는 행인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 기자] 은행권이 각종 가계대출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1만2000여가구 입주를 앞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 은행 대출을 둘러싸고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각각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달리 두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전날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했다. 여기에는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도 대상에 포함됐다.
먼저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일반 분양 주택을 비롯한 모든 주택에 대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은 일반 분양자가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실행 시점에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애초 중단하기로 한 전세자금 대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 등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반면 NH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집주인이 이미 잔금을 다 치렀다고 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다면 세입자에게 대출해줄 수 없다는 KB국민·우리은행 방침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규제를 오는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일이 오는 11월 27일인 점을 고려하면, 그 전에 실수요자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해온 신한은행은 신규 분양 주택을 이번 정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반 분양자는 분양 계약서상 소유주로 등재돼 있기 때문에 나중에 잔금을 완납할 때 소유권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을 근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둔촌주공만 예외를 두는게 아니다”며 “애초에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불가의 예외 케이스가 신규 분양 아파트였고, 이미 수년 전 분양계약을 한 사람들이니 입주 후 소유권이 건설사에서 개인으로 이전된다해도 그걸 매매와 동시에 일어난다고 보지 않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나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중단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기 전부터 일선 영업점에는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해진다. 저마다 다른 정책을 확정한 만큼 당분간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의가 재건축 조합으로도 몰리자 조합 측에서 은행 지점에 전세자금 대출 조건 등을 정리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으로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아직 입주일까지 시간이 꽤 남은 만큼 각 은행 대출 정책 변화를 주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