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국이 승리하고 일제가 패망함으로써 우리가 독립을 얻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국가원수로서 실언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료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태평양 전쟁에서 연합국이 승리하고 일제가 패망함으로써 우리가 독립을 얻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국가원수로서 실언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대한민국 정체성과 건국기원절’을 주제로 열린 학술토론회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발언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연합국의 승리에 의해 광복이 됐다’는 말씀은 국가원수로서 실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결국 일제가 미국과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해서 우리가 자유와 독립을 얻었지만 국권을 되찾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독립운동을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우리 모두 생각하지 않나”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됐던 프랑스가 연합국에 의해 해방됐지만 드골 장군과 레지스탕스의 공으로 기록됐다며 이게 선진국의 역사 기술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느냐. 그건 있을 수가 없다”면서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한 게 아무 것도 없이 연합국이 승리해서 겨우 광복이 됐다고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대통령실) 보좌관들이 일을 안 했다는 얘기”라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못 들어봤는데 지금은 이런 이상한 얘기를 자꾸 하니까 그건 용산이 병들어있다는 얘기”라며 대통령실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 “용산에 대거 혁파가 없으면 대통령이 계속해서 저런 실언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발언은 일제가 미국과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했기 때문에 독립이 됐지만 꾸준한 독립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비판하는 대목과 결이 다르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선조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기본방침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 방침을 인정하지 못하면 정부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또 정진석 비서실장이 장관마다 역사관이 다를 수 있다며 김 장관을 옹호한 것과 관련 “장관마다 역사관이 다르면 어떻게 한 정부를 이루느냐”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아울러 광복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옹호한 사람의 공직·공공기관 진출 금지’ 법제화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생각을 법제화해 유죄와 무죄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