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카카오의 금산분리 위반 무혐의 처분을 계기로 금융·보험회사의 자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규제를 받는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신산업 활성화를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금산분리 규제로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규제 검토’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고 4일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금융보험사가 계열회사 주식을 갖고 있더라도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규제를 받는 금융보험사의 범위는 통계법에 따른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고객의 자금을 예탁받는 은행, 보험 등 수신(受信) 금융사뿐만 아니라 캐피탈, 신용카드업 등 여신(與信) 기능만 수행하는 회사도 금융보험사에 해당한다.
홍대식 교수는 “한국표준산업분류가 본질적으로 통계를 위해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며 “금융과 산업의 융합으로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기준으로 금융보험업을 정의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법부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금산분리 규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된 카카오에 대해서도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기업집단 소속 케이큐브홀딩스가 배당 등 금융 관련 수익이 95%를 넘는 금융사임에도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2022년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사 의결권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작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은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 규정은 고객의 예탁자금을 이용해 계열사를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라며 “규제 대상이 되는 금융업은 타인 자금 운용을 업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자기자금만 운용해 금융수익을 얻는 업체는 금산분리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 처분을 취소하자 공정위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올해 5월 2심 판결을 확정하며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홍 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보험업 중에서도 고객의 예탁자금(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산업활동과 자기의 고유재산(자기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산업활동을 구분했다”며 “타인 자금 운용업만을 의결권 제한을 적용 받는 금융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의 정의도 한국표준산업분류가 아닌 새로운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현행 금융보험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기능별’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금융업이나 금융 행위에 부수하는 행위 ▷금융 행위에 보완적이고 예금기관이나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이나 건전성에 실질적인 위험을 주지 않는 행위 등을 하는 회사로 구분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이러한 해외 입법례를 참조해 금융보험사가 신용평가업, 세무대리서비스 같은 핀테크 및 가상자산거래소 등 금융 행위에 부수하는 업종의 자회사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상호출자제한 소속 금융보험사들이 핀테크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아울러 의결권 행사금지 규제를 받는 금융보험사의 범위를 고객의 자금을 수신하는 금융사로 한정하자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의결권 제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상을 ‘금융소비자보호법 및 시행령에 따른 예금성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보험업’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