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로 알려진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이자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 트럼프’ 인사로 알려진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체니 전 의원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에서 연설하면서 “보수주의자로서, 헌법을 믿고 아끼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와 같은 경합주에선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YT는 체니 전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비난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꾼 것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반트럼프 공화당원’으로 자리매김한 지도자의 결정이라 해도 놀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체니 전 의원은 매우 보수적인 정치 가문의 일원으로, 총기 소유와 더 강력한 국가 방위를 지지하고 낙태에 반대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공화당원들처럼 ‘트럼프에 반대하지만 해리스에 투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굳힐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체니 전 의원은 이런 접근 방식을 거부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꺼리는 보수층 유권자들이 생애 처음으로 민주당에 투표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에서 대표적 반트럼프 인사로 극적인 전환을 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증 절차를 저지하려고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1·6 의회 폭동’의 책임을 물어 의회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주도한 폭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당내 친(親)트럼프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지난 2021년에는 지도부에서 축출됐고, 이후 지역구 경선에서도 패배하면서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NYT는 체니 전 의원이 주요 격전지에서 예정된 여러 연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보기관 남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칠 실질적인 영향을 경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공화당 내 일부 보수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조지 H. 부시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밋 롬니 상원 의원과 일했던 참모들 238명은 지난달 26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