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대표가 참고인 조사를 위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사직한 서울대 전공의 대표를 경찰이 불러 수사하는 상황에 대해 ‘부당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젊은 의사들이 더 현장으로 돌아오기 어렵게 만드는 행태라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때문이라 비판했고, 부당한 탄압이 계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5일 오전 성명을 내고 “현재의 의료대란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목으로 200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를 근거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이로 인해 정작 미래의 필수의료를 책임져야 할 전공의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꿈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기로 선택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를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청사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중이다. 박 대표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정부는 의료 왜곡의 본질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 그릇된 의료 정책만을 강행하고 있다. 이 사태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박 대표에 대한 조사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 중 첫 참고인 조사다.

교수들은 “의료 현장에 있는 우리 교수들은 속절없이 붕괴되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의 현실을 하루하 루 목도하며 절망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의료 현장에서 위중한 환자들은 점점 더 갈 곳이 없어지고 있지만,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정부의 담당 부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고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 직접 가보라는 한가로운 충고를 한다”며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은 누군가의 사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사직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누군가의 사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듯 하다”며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 의료대란의 종식과 필수의료의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전공의들을 상대로 명령을 내리고 면허 정지를 예고했으며, 현행법을 위반한 범법자로 규정한 채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며 “이것도 모자라 경찰은 전공의 집단 사직을 사주했다는 근거 없는 혐의를 들이대며 선배 의사들과 전공의 대표를. 의사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소환해 피의자 수준의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각 병원의 전공의들까지 소환해 조사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현재의 수사는 그들의 선택의 권리와 자유를 위축시킬 의도가 다분하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그간 열악한 현실에서 우리나라 의료 를 떠받쳐 온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기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전공의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