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이를 빌미로 학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일당 4명에게 징역 7~18년이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를 받은 일당 4명에게 위와같이 판시했다.
음료 제조책 길모(27)씨에게 징역 18년, 보이스피싱용 전화번호를 위조한 김모(40)씨와 마약 공급책 박모(37)씨에게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42)씨에게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앞서 위와같이 선고한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 일당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지난해 5월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 행사를 연다며 미성년자 9명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했다. 이후 학생들의 부모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고 한 혐의(공갈미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7~15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강대현·김소연 판사)는 지난해 10월, 길씨에게 징역 15년, 김씨에게 징역 8년, 박씨에게 징역 10년,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길씨는 자신이 제조한 음료가 학생들에게 제공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죄책감 없이 100병에 이르는 마약음료를 제조했다”며 “만약 범행이 더 활발히 진행됐다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양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통상 필로폰 투약 사범의 1회 사용량이 0.03g인데 마약음료엔 1병당 이의 3.3배에 달하는 0.1g가량의 필로폰이 함유됐다”며 “급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불안과 흥분, 환각과 망상을 수반하는 착란상태에 빠지거나 미성년자에겐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2심은 형량을 다소 올려 징역 7~18년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권순형)는 지난 4월, 길씨에게 징역 18년, 김씨에게 징역 10년, 박씨에게 징역 10년,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오로지 영리 취득 도구로 이용한 반윤리적 범죄”라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회적 해악이 큰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처음부터 미성년자와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을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중국에서 이 사건을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은 주범 이모(27)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