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에너지 정책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원에 대한 대대적인 시추에 나설 것임을 공약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은 청정에너지원으로의 전환 기조를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의 이코노믹 클럽에서 행한 경제정책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을 “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칭하며, 집권하면 이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원 중시 정책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세금 공제 혜택 등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 인식에 기반해 추진한 진보적 에너지정책을 집권후 뒤집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연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추 독려를 의미하는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석유와 가스 시추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것임을 예고해왔다.
미국 영토 안에 있는 화석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하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더 이상 중동 상황에 발목잡힐 필요가 없게 된다면서 화석에너지원 확대에 따른 환경 영향 문제는 차순위 고려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우선주위’ 내지 자국 이기주의 성격이 농후한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맞서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래 10번째 해안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내 풍력발전 설비 누적 규모(승인 기준)는 52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15기가와트 수준으로 늘었으며, 2030년까지 30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를 향해 진전을 계속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이는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친환경 에너지원 중시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친환경 정책으로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동시에 관련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는 ‘해리스 행정부’ 출범 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백악관 보도자료는 “이전 행정부(트럼프 행정부)에선 풍력 프로젝트 승인 건수가 전무했다”고 소개하며 전임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백악관 발표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을 얼마나 강조할지는 지켜봐야할 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석에너지 중시’ 기조와의 대비를 부각할 필요와 더불어,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경합주 표심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환경에 미칠 악영향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셰일가스 추출용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과 관련, 집권시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프래킹이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창출 및 세수, 가계 수입원 등에서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해리스 부통령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0일 열릴 두 후보간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프래킹 관련 입장 변화를 집요하게 문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