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 갔다 과음으로 심정지 온 여대생…응급실 ‘이송 거부’ 놓고 혼선

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농촌봉사활동 뒤풀이에서 과음한 여대생이 다음 날 아침 대학 교정 벤치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중태에 빠졌다.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면서 이송 거부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5일 광주 동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2분께 동구 조선대학교 모 단과대학 앞 벤치에 이 학교 학생 A(20)씨가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인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병원 치료를 받은 A씨의 맥박과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신고 장소에서 매우 가까운 조선대병원 응급실 대신 A씨가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을 두고 '이송 거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조선대병원은 "다른 환자를 처치하느라 여력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으나 뒤늦게 경위를 정정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파악 결과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씨에 대해 구급대원은 조선대병원에 영상통화를 활용한 '스마트 의료 지도'를 요청했고, A씨의 상태를 영상통화로 본 의료진은 '처치 불가' 진단을 내렸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응급조치가 없다는 의미여서, 구급대원은 응급실 이송을 위해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전화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당시 응급실에는 외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등이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다른 환자들을 처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병원은 "스마트 의료 지도 이후 소방대원에게 2차례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다"며 "당시 의료진 2명은 각각 응급 수술과 환자 처치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지금까지 피로가 누적된 응급실 전문의들을 대신해 주 1회 병원 내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이 응급실 지원 근무를 시작한 첫날이기도 했다.

119구급대는 결국 직선거리로 100m 가량되는 조선대병원을 두고, 신고 장소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A씨를 이송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A씨가 심정지에 이르게 된 과정에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전날 오후 대학 동아리 농촌봉사활동에서 처음 만난 또래 4명과 함께 뒤풀이로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근처 식당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계속됐고,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교내 벤치에서도 술자리가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하면 강요에 의한 술자리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일행들은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몸에서 외상이나 범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혈액 검사에서도 알코올 외 약물 등 다른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 일행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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