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각국 국방장관을 만나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장거리 무기 사용은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한다며 거절했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 영토에서도 장거리 능력을 갖춰야 러시아가 평화를 추구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을 우리 영토에서 몰아내려면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아직 인도되지 않은 방공 시스템이 상당하다"며 약속한 무기를 빨리 달라고 촉구했다.
로이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신규 지원을 약속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당국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AFP에 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사거리 30㎞짜리 자주곡사포 PzH2000 12문 등 1억5000만유로(약 2200억원) 상당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러나 "특정한 하나의 능력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거리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활공폭탄을 발사하는 전폭기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거리 바깥으로 이미 이동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드론) 등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자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UDCG는 미국을 중심으로 50여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전략을 논의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전날 대폭 개각을 단행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부터 다시 서방 지원국들을 상대로 외교전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프랑크푸르트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따로 회동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인도적 상황과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1차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이후 추가 종전 해법을 논의했다고 독일 정부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주요 7개국(G7) 의장국 이탈리아로 이동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만나 G7과 입장을 조율한다고 텔레그램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