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아르준 전차 인도의 전투기 테자스 [오상현의 무기큐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 3월,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인도의 SNS가 뜨겁게 반응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무려 35년이라는 세월 동안 개발한 인도의 경전투기 테자스가 추락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인도 공군은 3월 12일 인도 서부 라자스탄 주 자이살메르 근처에서 항공기 추락사고로 인해 테자스 Mk1. 전투기가 손실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전투기는 훈련 중 추락했고 조종사는 안전하게 탈출했으며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죠.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오일펌프 오작동으로 인해 엔진에 압착이 발생한 것이 사고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투기 추락사고는 있을 수 있지만 테자스의 추락사고는 어딘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테자스 전투기는 인도 정부의 경전투기 도입사업(LCA)으로 탄생한 전투기입니다.

1983년 인도 정부는 노후화된 MiG-21을 대체할 경전투기를 독자 개발한다는 목표로 LCA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MiG-21은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 등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63년부터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항공기입니다.

다만 전체를 소련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소련이 기술을 이전을 받아 기체 대부분을 인도에서 현지 생산했죠.

현지 생산을 맡은 업체는 HAL(Hindustan Aeronautics Limited), 힌두스탄항공이었습니다.

이런 MiG-21에 대해 2012년 당시 인도 국방부 장관이었던 AK 안토니는 의회에 출석해 인도의 MiG-21 872대 중 절반 이상이 지난 40년 동안 추락으로 손실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 당시 인도 정부는 MiG-21이 1990년대 초반에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했고 1995년이 되면 인도 공군이 요구하는 전력의 40%가 부족할 것이라고 계산했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인도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했던 인도의 국방연구개발기구, DRDO 예하에 항공기연구개발국(ADA)을 설립해 경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새로 설립된 ADA는 MiG-21을 제작했던 힌두스탄항공을 주계약자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플라이바이와이어 비행제어시스템과 다중모드 펄스 도플러 레이더, 애프터버닝 터보팬 엔진이라는 엄청난 과제를 해결하면서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기로 했죠.

개념설계 단계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1987년 10월에 시작돼 1988년 9월에 완료했죠.

이 단계에서는 세부 구조와 제조 접근방식, 유지보수 사항의 핵심요소를 결정하는데 프랑스의 닷소사가 이 과정 전반을 검토했습니다.

말이 검토지 나중에 생김새를 보니 미라주2000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항공기가 나왔다는 사실은 뭔가 감출 수 없는 출생의 비밀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1990년 들어 델타익의 형상을 갖춘 실증 시제기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개발기간이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할 정도의 일정으로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아르준전차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첫 실증시제기는 첨단 플라이바이와이어 시스템이 장착될 예정이었습니다.

닷소사에서 3개의 디지털 와이어와 1개의 아날로그 채널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비행제어시스템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1992년 국가항공우주연구소를 통해 4중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 비행제어시스템을 자체개발하려고 했죠.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BAE와 록히드 마틴의 컨설팅도 요청하면서 잘 되는가 싶었습니다.

엔진 개발도 병행하려고 했습니다. 첫 프로토타입에는 GE의 F404 터보팬을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가스터빈연구기관을 설립해서 GTX-35VS라는 항공엔진을 만들어 F404 엔진을 대체하려고 했죠.

어쨌든 5년 만인 1995년 11월 17일 첫 실증시제기가 완성됐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3년 뒤인 1998년에 두 번째 시제기도 만들었습니다.

외국의 기술 조언을 받아가면서 어렵게 자체개발을 이어가던 테자스의 개발은 1998년 중대한 고비를 맞습니다.

1998년 5월 11일. 인도가 파키스탄 핵개발에 맞대응하기 위해 1964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국제사회는 인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고 그동안 많은 돈을 받아가면서 기술지원을 했던 해외 업체들은 더 이상 지원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와 비행 제어 시스템 개발의 미완성, 그리고 엔진을 수입할 수 없었던 테자스의 실증시제기는 전시장의 모형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증시제기 1호기는 만들어진지 5년이 조금 지나서 2001년 1월 4일 오전 10시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2002년 6월 6일 2호기도 첫 비행을 시작했죠.

그리고 2003년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는 ‘빛나다’라는 의미의 이름 ‘테자스’를 붙여줬죠.

참고로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던 다기능 레이더는 이스라엘 엘타의 EL/M-2032 다중모드 레이더로, GTX-35VS라는 자체개발 항공엔진은 2004년 중반 개발 실패를 인정하며 그냥 F404 엔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2007년 4월 25일 테자스는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했고 2014년 말까지 각종 무장통합 시험 등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5월 인도 감사원은 복좌식 훈련기가 준비되지 않았고 전자전 능력과 레이더 경고수신기 등이 없고 중량 증가, 연료체계 및 전방 조종석 방어 미흡, 최고속도 등 42개 항목이 공군 요구조건에 미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죠. 제작한 전투기의 절반 이상이 추락했던 MiG-21을 만들었던 HAL, 힌두스탄항공이 만들었으니까요.

어쨌든 힌두스탄항공은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을 모두 개선해 향후 완성될 테자스 Mk2.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네. 지금 당장이 아닙니다.

이 약속을 믿고 공군은 그해 10월 테자스 Mk1.을 기존 40대에서 120대로 늘려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감사원이 엔진추력 부족과 운용 성능 미달 등을 이유로 계속 반대했지만 인도 공군은 테자스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계약을 밀어붙였고 힌두스탄항공도 일부 추가 성능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결국 공중급유 능력 등 몇 가지 추가 시험에 성공하면서 2019년 2월 20일 완전운용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1983년 개발을 시작한 지 35년이 지나서 이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은 겁니다.

참고로 우리나라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T-50은 1990년 개발을 시작해 2001년 기체를 완성하고 2002년 첫 비행에 성공, 2003년 초음속 돌파, 2005년 대량생산을 시작했죠.

그냥 우리나라의 전투기 개발 기술이 대단하다고 말하기 위해 T-50 얘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제원을 살펴보면 두 전투기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크기부터 유사합니다. 테자스는 길이 13.2m, 폭 8.2m, 높이 4.4m이고 T-50은 길이 13.14m, 폭 9.45m, 높이 4.94m입니다.

두 기체 모두 GE의 F404 계열 엔진을 장착했죠. 최고속도는 테자스가 마하 1.6, T-50이 마하 1.5이고 최대항속거리는 테자스가 2800㎞, T-50이 2592㎞입니다.

하드포인트는 테자스가 8개, T-50이 7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생산 대수는 테자스가 51대, FA-50을 포함한 T-50계열 항공기는 208대이고 테자스의 단가는 약 4000만달러, T-50은 2500만달러 수준입니다.

이렇게 비교해놓고 보니 말레이시아가 왜 FA-50을 선택했는지 알겠네요.

인도 공군은 테자스 전투기를 18개 비행대에서 모두 324대를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51대의 생산된 테자스 중 시험비행기체를 제외하고 인도 공군에 납품된 항공기는 40대 수준입니다.

힌두스탄항공은 현재 연간 생산량을 8대에서 16대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16대는커녕 8대라는 생산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따지면 6년 동안 연간 7대도 못 만들었다는 얘긴데 그냥 연간 7대를 만든다고 해도 남은 280여대를 모두 납품하려면 40년이 걸리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그 귀한 테자스가 처음으로 추락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인도 정부는 이 테자스 추락 4일 전인 올해 3월 8일, 5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역시 DRDO에서 개발을 주관하고 5년 내에 프로토타입 5기를 제조해 2028년 첫 시험비행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5세대 전투기 MK.1은 5.5세대 기술과 GE의 F414 계열 엔진을 탑재하고 MK.2는 6세대 기술과 신형 엔진을 채용할 예정이며, 지향성 에너지 병기와 무인전투기와의 협조능력, 드론 제어 기술 등을 갖출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개발 단계에서 매번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군과 자체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 보다는 외국과 기술 제휴를 맺거나 컨설팅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려는 개발자들의 자세, 그리고 아르준 전차 때도 봤듯이 용접도 제대로 못해서 비가 세는 전차를 만드는 낮은 제작 기술 등의 문제, 이렇게 세 가지 문제는 꼭 해결하고 5세대 전투기를 개발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네요.

네 인도 정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여러분도 댓글로 함께 응원해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김정률, 우원희, 박정은,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김율 / 운영책임 홍승완

FA-50 말고 인도 전투기 선택한다고? 35년 만에 최종운용판정받은 테자스가 뭐가 좋길래..?
하늘의 아르준전차 테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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