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야간근무 의료진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대통령실이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및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 요구에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증원 논의 제로베이스’ 언급으로 원점 재검토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으로 ‘대통령실 VS 의료계’ 구도는 깨졌지만, ‘선(先)테이블’, ‘합리적·과학적 대안 제시’라는 전제를 이어가며 의료개혁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윤 대통령을 향한 의료계의 사과 요구에 “의료개혁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거부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앞서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책임자들의 경질도 요구한 상태다. 이런 요구에 대통령실 내에서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꿀순 없다는 가닥을 잡았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 사과야 백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의료계가) 국민들을 이기고, 대통령을 이기려고 하는데 이 문제가 해결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고집을 꺾지 않으면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추진 중인 여러 정책 중 의료개혁을 가장 큰 역사적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여러 논의를 거치더라도 100% 의사단체들이 원하는대로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장감도 흐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대통령실이 최근 의대 증원 관련한 기류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을 때에도 “기존과 메세지가 달라진게 없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오히려 의대 증원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던 당정 관계가 한 몸이 됐다는 데 좀 더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중재 역할이 자연스럽게 부각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용산 대통령실. [연합] |
전일 국무조정실은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유예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한다는 게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내용을 전일 기자들에게도 참고자료로 공유했다.
2025년 의대증원 유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025년 변동은 없다. 바꾸기엔 이미 늦었다”며 “2026년에 대한 것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와야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를 지나 새로운 의료개혁 국면을 대비하려는 기류도 느껴진다. 의대 증원이 의료개혁의 전부로 보이는 현 상황을 타개해야한다는 판단이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사전 협의를 이미 시작한 상태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은 추석을 앞두고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비서관급 참모진을 전국 응급의료 현장에 파견했다.
각 수석실별로 3명 안팎의 비서관이 차출됐으며, 비서관별로 파견 지역 및 시기도 각각 다르게 정해졌다. 확정된 파견 순서에 따라 비서관들이 현장을 둘러보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향후 정책에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간 ‘의료개혁=의대증원’으로 도식화된 구조를 깨려는 시도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