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공채 쇼호스트 합격자 박지우(왼쪽부터), 노수일, 김우영이 롯데홈쇼핑의 ‘L’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제공] |
“아이돌로 살다 입대하면서 30대 이후 삶을 고민했습니다. 전역 후 반년 정도 학원에 다니며 발성과 발음, 발표법까지 새로 배웠습니다. 내가 주인공으로 섰던 아이돌 오디션과 다르게 이제 상품을 주인공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달 23일 롯데홈쇼핑 17기 쇼호스트 공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최연소 합격자는 29세의 노수일 씨다. 노씨는 2015년부터 아이돌 그룹 업텐션의 멤버 ‘쿤’으로 활동하다 최근 홈쇼핑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는 쇼호스트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자신감을 동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이해하고, 팬들과 소통을 쌓았던 가수 경력을 합격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노씨를 포함해 올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에 합격한 이들은 모두 8명이다. 아이돌그룹 ‘언더독’ 출신인 황은유 씨를 비롯해 승무원 출신 김민진·허수지 씨, 아나운서 출신 이소민 씨, Mnet ‘뚝딱이의 역습’ 예능 출연 경험이 있는 허인선 씨 등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10명), 2022년(11명) 대비 20% 가까이 채용 규모가 줄었지만 경쟁률은 여전히 80대 1 수준으로 치열했다.
최근 홈쇼핑 지원자들의 특징은 라이브방송(라방)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홈쇼핑사에 소속되지 않아도 유튜브 채널이나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방송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아카데미 등 학원 외에도 홈쇼핑이 직접 나서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기도 한다.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늘어나면서 채용 과정에도 라이브 방송 전형이 생겼다.
박지우(31) 씨는 롯데홈쇼핑의 쇼호스트 라이브커머스 인재 양성 프로그램 ‘크리에이터들의 클래스’ 2기 수료생 출신이다. 라디오 DJ 경력이 있는 박씨는 “40명의 크리에이터들과 교육 때 PT 수업을 하며 다양한 시선으로 상품을 다룬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상품 하나로 30초, 1분, 3분의 시간을 쪼개 소개하는 연습을 추천한다”고 합격 비결을 공유했다.
그는 또 가수, 배우 등 외모가 출중한 지원자들과 경쟁에서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 장점을 잘 드러내는 의상을 선택하거나 ‘고객이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 ‘구매한 제품이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한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박씨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물은 면접 질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성인용 기저귀를 팔고 있을 것 같다’고 답했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팔지 않는 새로운 상품을 홈쇼핑이 소개하게 될 것이라는 부분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으로 이름을 알렸던 김우영(35) 씨는 4년 가까이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로 활동하면서 롯데홈쇼핑 공채에 도전한 사례다. 김씨는 AI(인공지능)가 유통업계에 침투하고 있지만, 사람이 주는 진정성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원했다고 했다. 그는 “짧은 순간이라도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과 공감이 중요하다”면서 “거울에 시선을 고정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소옥순 롯데홈쇼핑 쇼호스트팀장은 “선발 기준이 과거에는 아나운서처럼 단정한 외모, 안정된 목소리였다면 이제는 차별화된 캐릭터, 고객 소통능력, 콘텐츠 기획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브커머스에서 활동하는 쇼호스트가 많아졌지만, 기본기를 배울 곳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직 쇼호스트들이 상당수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