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너무 심했다” 허위 회의, 평일엔 세금으로 골프…수상한 ‘과학기관’

경기 분당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청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평일인데 허위 회의를 열고 골프를 치러 갔다? 이게 말이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유관기관 기관장이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허위로 회의를 개최한것으로 꾸며 회의비를 지급하고 실제는 골프장에 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9일 제보와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A 원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주말, 공휴일, 추석 등 업무 외 시간에 관용차량을 수십차례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정책학, 이학, 공학, 의약학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 성과를 낸 회원들을 선발, 기초과학 대중화, 인재 양성, 과학기술 정책 제언 등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석학단체다. 한림원은 올해 총 86억원의 예산 중 임대수입 등 자체예산을 제외한 69억원 가량을 주요사업 및 수탁과제 형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제보 내용은 관용차량 톨게이트 및 법인카드, 국내출장 내역 등을 토대로 작성, 최소한 28건의 사적 유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A 원장은 평소 분당 소재 본인의 자택에 관용차량을 주차하고 있다고 한다. 수행기사 없이 얼마나 더 많이 관용차량을 사용했는지는 확인이 되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평일에도 골프를 치기 위해 허위로 회의를 개최하고 골프를 치기 위해 관용차량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내부 문건을 확인해보면 2023년 10월 5일 목요일 오전 10시에는 2023년도 제 3차 학부별 과학기술정책제안 아젠다 발굴 회의가 개최됐다. 분당 한림원 회의실에서 열렸다는 이 회의에는 A 원장, 한림원 총괄부원장,과 5명의 학부장이 참여한 것으로 나온다. 참석 명부에는 이들의 참석 사인이 있었고 20만원의 회의수당을 수령했다. 하지만 한림원 내부 결재에는 10월 5일 같은날 한림원 5개 학부장 간담회 개최를 위한 원장과 총괄부원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강원도 속초 출장 신청서가 제출됐다. 같은날 같은 참석자들이 분당에서 회의를 하고 강원도에서 또 회의를 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날 관용차량 운행일지에서는 이미 오전 7시 45분에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한 것으로 나와있다.

제보자는 “허위로 학부장 회의 개최 공문서를 작성 후 출장명령으로 출장비를 지급받고 회의를 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림원은 의혹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며 사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림원은 “변명의 여지 없는 부적절한 처신이며 사업 관리 및 행정적 불찰”이라며 “기관 운영자인 원장과 사업책임자인 총괄부원장의 책임으로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와 적법한 환수절차를 진행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림원 임기제 전문위원들의 과도한 급여 지급과 부실한 근태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한림원은 3명의 전문위원에게 약 8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전문위원들은 주 15시간을 한림원에서 근무해야만 한다. 하지만 제보에 따르면 이들 전문위원들은 거의 출근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근로시간 15시간도 지켜지지 않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림원은 “전문위원은 내부 직제규정에 따라 원장의 임명절차를 거쳐 선임됐지만 일반적인 공개 채용 절차는 생략됐다”면서 “전문위원들의 근태관리를 제대로 하지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향후 철저한 관리를 통해 근태 부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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