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
“지금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저희 회사는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에 정말 진심입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주완 CEO는 이번 IFA 일정을 마치고 9일부터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만난다. LG전자 CEO가 유럽 투자자 미팅을 주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직접 나와 주주들 앞에서 사업 현황과 향후 전략을 설명했던 그는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조 CEO의 주주 소통 강화 행보는 이번 영국 출장으로 이어졌다.
조 CEO는 “가전사업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LG전자는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10%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B2B 사업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LG전자의 이러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번에 영국 런던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노출이 잘 안 됐던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가전업계의 핫이슈였던 올인원 로봇청소기 사업에 대해선 “우리가 늦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중국 로보락이 일찍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 4월 먼지흡입과 물걸레질이 동시에 가능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LG전자는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8월에서야 동일 제품을 내놓으며 뒤늦게 시장에 합류했다.
조 CEO는 “우리가 밀리는 것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와 비교해 우리가 동등 수준 이상의 스펙을 유지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이제 막 팔기 시작했으니 그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IFA 2024 개막 첫 날 중국 기업들의 전시관을 둘러본 조 CEO는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TCL과 하이센스에 대해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고 본다”며 “디자인의 변화나 에너지 효율, 제품의 다양화 측면에서 저희들이 굉장히 경계해서 봐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올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의 서울 여의도 회동 이후 급물살을 탔던 확장현실(XR) 기기 사업 협력이 돌연 중단된 배경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조 CEO는 “XR 기기는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될 것 같다. 메타도 이미 하이엔드 제품은 제외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XR 기기에 대한 싸늘한 시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지난달 주요 외신은 저커버그 CEO가 내부 회의에서 저조한 시장 반응을 이유로 하이엔드 XR 기기 개발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 CEO는 “300~400달러 짜리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건 완전히 ‘블러디 게임(bloody game·피의 게임)’으로 가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갔다가는 일이 커질 것 같아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메타와의 협력 관계가 아주 끝난 것은 아니라고 밝히며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 라마(LLaMa) 등을 포함한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조 CEO는 올 5월 마이크로소프트(MS) 초청으로 CEO 서밋을 다녀왔다. 7월에는 한국을 찾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났다. 조 CEO는 “사실 MS CEO 서밋 이후에도 얼마 전에 한 번 더 1대1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만났다”며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AI를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고, 어떤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디바이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업체들을 굉장히 잠재력이 높은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저희가 가진 1억대 이상의 디바이스에 어떻게 AI를 올려 사업을 같이 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