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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를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 청와대 행정관 신모 씨가 공판 전 증인신문에 출석했다. 그러나 신씨는 80여회에 이르는 검찰 측 질의에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신문을 맡은 재판장은 “검찰 측 증인신문을 계속 이어갈 의미가 없다”며 절차를 마쳤다. 검찰은 신씨가 ‘형사사법 협력 의무’를 방기했다고 반발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2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검찰이 청구한 신씨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열었다. 이날 신문에선 신씨와 신씨의 변호인 외에도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이자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상 재판을 통해 절차에 참여했다.
공판 전 증인신문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근거한 제도로, 같은 조 제1항에선 ‘범죄 수사에 없어선 안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규정에 따른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한 경우 검사는 제1회 공판 전 기일에 한해 판사에게 그에 대한 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참고인 조사를 할 때 참고인의 출석의무가 없고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반면, 법원 증인신문 절차는 출석을 의무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참고인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한 판사는 “신씨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규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고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있어 오늘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할 당시 특별감찰반장으로서 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이번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의 주된 참고인이라 지목했다.
앞서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이 전 의원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해 입건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타이이스타젯에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는 서씨가 전무이사로 취업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다혜 씨 부부에게 금전적 지원을 중단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서씨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받은 급여와 태국 이주비 등 2억2300여만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당시 청와대 주요 인사를 잇달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당초 이날 진행될 증인신문 쟁점 역시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부부의 태국 이주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거나 지원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신씨가 검찰 측 질의에 모든 증언을 거부하자 신문 절차는 1시간 1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신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에서 증인이 대통령 친인척 등에 의한 특별감찰반장으로서 문 전 대통령 사위의 부정취업과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간 대가성 등에 관해 당시 청와대와 이 전 의원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이 사건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명시해 증인도 이번 사건에서 본인이 피의자로 전환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상 증언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은 “공판 전 증인신문 제도는 1973년 검찰의 증거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라며 “이와 관련해 피의자는 검찰 수사기록을 보지 못한 채 신문 절차에 응하고 방어권 보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증언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증인에게는 증언거부권이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번 증인신문은 증인이 청와대에서 수행한 직무 권한과 그 내용을 파악하려는 것이지 증인이 범죄 행위에 가담했거나 관여했다고 판단해 진행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증인은 형사소추나 공소제기를 염려하는 데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진지하게 염려했더라면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무엇보다 검사가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별 질문 전부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는 건 형사사법 절차를 아무런 이유없이 회피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신씨에게 보좌관 재직 이력 및 청와대 행정관으로 제안받은 경위와 문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당시 이 전 의원과 연락한 경위, 다혜 씨의 태국 이주 지원 과정 등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질의했으나 신씨는 기존 입장대로 재차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소속 다른 행정관들은 수사에 협조한 사실을 밝히면서 오직 신씨가 문 전 대통령의 직계 가족에 대해 관리 업무를 담당한 핵심 참고인으로서 증인신문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한 판사는 “증인의 증언거부 의사가 명확해 더 이상 질문하는 게 의미 없을 것 같다”며 신문 절차를 중단했다.
이날 신문을 마치면서 검찰측은 재판장이 ‘신문 중단’을 결정한 것에 대해 이견을 표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씨는 핵심 참고인이다. 누구보다 동향 파악을 하고 대통령의 친인척과 가족을 직접 만나고 했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사실관계를 알기 때문에 증인으로 신문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왜 (신씨) 본인이 이 자리에 와있는지 다 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어 “증언을 거부 한 것은 검찰이 볼 땐 최소한의 형사사법의 협력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최소한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사람에게 기대할수있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재판장이 재판을 진행한 만큼 (신문 중단을) 인정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영상 재판을 통해 전주교도소에서 신문에 참여한 이 전 의원은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