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하여 얻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도경·박용기 박사(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친환경·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촉매와 반응기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나프타 분해 공정(NCC)의 원료(나프타) 대신 쓰여, 플라스틱 원료인 경질 올레핀을 만들 수 있다. 독일 바스프,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도 상업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기존 석유 원료인 나프타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물성 차이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17년 상업화에 성공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 기반 나프타 촉매 분해 기술을 발전시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에 특화된 촉매 개발과 반응 조건 최적화를 통해 기존 상업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 결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 수소화 과정 없이 100%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기존 나프타 대비 더욱 높은 경질 올레핀 수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열분해유 내에 다량 포함된 올레핀이 촉매가 없는 열분해에서는 찌꺼기가 생기는 원인이지만, 촉매 분해에서는 경질 올레핀으로 전환되는 유용한 성분임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촉매 분해 반응에서는 촉매 표면에 찌꺼기가 많이 쌓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있는데, 성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촉매 재생(찌거기 제거 과정)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순환 유동층 반응기는 반응 부위에서 촉매(제올라이트 성형체)와 원료가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고, 재생 부위에서는 비활성화된 촉매가 연속적으로 재생되는 구조로 만들어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만든 파일럿 규모의 촉매와 반응기를 사용해 기존 나프타 분해 공정에 비해 170도 낮은 680도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한 결과, 경질 올레핀 수율이 나프타를 사용할 때에 비해 27% 향상됐다. 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시간당 1㎏씩 24시간 연속 투입해도 성능이 유지되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실용화를 목표로 촉매 공정의 스케일업 연구와 경제성·환경성에 대한 상세 평가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한 후, 2030년 실증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활용의 대체 기술로서, 기존 기술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기술이 국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 지속가능한 화학 및 엔지니어링’ 8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