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 무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미국 국가유산 됐다

2018년 공사관 외부. [국가유산청]
1893년 공사관 외부.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던 시기 ‘한미 외교’의 무대였던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의 국가사적지(NRHP·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공식 등재됐다.

11일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내무부 소속 국립공원관리청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식 지정 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국가사적지는 미국 국가사적보존법에 따라 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지구(District), 건물(Building), 구조물(Structure), 사물(Object) 등을 법으로 지정한다. 이는 한국의 국가유산과 비슷한 제도다.

한국 정부가 소유한 미국 내 한국 관련 건물이 미국 연방정부의 국가사적지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등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 역사에서도 주미공사관이 지닌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893년(왼쪽)과 2018년 1층 식당 입구. [국가유산청]
1893년(위쪽)과 2018년 1층 객당. [국가유산청]

1877년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Seth L. Phelps)의 개인저택으로 건립된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약 1.5㎞ 거리에 있다.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조선은 1887년 초대 주미전권공사인 박정양(1841~1905)을 미국에 특파했고, 1889년 2월부터 이 건물에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이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은 1905년까지 약 16년간 이곳에서 외교 활동을 펼쳤다.

당시 서양 국가에 마련된 최초의 재외공관이었고, 조선~대한제국 시기에 걸쳐 근대화의 중요 거점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일본이 단돈 5달러에 건물을 강제 매입한 뒤 미국인에게 매도했다. 이후 군인 휴양시설, 노동조합 사무실 등으로 사용됐다가 지난 2012년 10월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이 주미공사관을 매입하면서 소유권을 되찾았다.

매입 이후 국가유산청은 19세기 워싱턴 DC에 설치된 30여개국의 재외공관 가운데 당시 원형을 간직한 현존 유일의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5월 역사전시관으로 새롭게 개관한 주미공사관은 현재 1·2층은 복원과 재현 공간으로, 3층은 한미관계사 콘텐츠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