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대형마트의 성장 속도가 온라인 쇼핑보다 10배 뒤쳐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무휴업 등 10년 넘게 대형마트 성장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시급히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통계청 소매판매액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2014~2023) 소매시장 변화를 살펴본 결과, 무점포소매(온라인쇼핑, TV홈쇼핑 등 12.6%), 편의점(10.4%)이 소매시장 평균성장률(3.2%)을 크게 웃돌며 시장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반면, 슈퍼마켓(1.5%), 대형마트(1.2%), 전문소매점은 시장 평균성장률을 밑돌며 고전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의 확산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무점포소매와 편의점이 강세를 보인 반면, 대형마트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영업규제의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과 영업제한 기간 중 온라인 거래 금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제한 등의 강도 높은 영업 규제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3년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10년 전인 2014년 382조3000억원에 비해 33.3% 증가한 509조5000억원(경상금액)으로 덩치를 키웠다. 연도별 성장세를 보면 2021년에 코로나 기저효과로 일시적인 반등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2~4% 내외의 성장률을 보였다.
업태별 시장점유율을 보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무점포소매가 2014년 11.8%에서 2023년 25.7%로 2배 이상(117.8%) 늘었다. 이어 편의점(82.7%), 면세점(24.2%)도 시장 영역이 10년 전 대비 커졌다. 반면, 전문소매점(-27.4%), 대형마트(-16.4%), 슈퍼마켓/잡화점(-14.4%)은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축소됐다.
대한상의는 물가 변동분을 제거하고 업태별 실질적인 성장 여부를 살펴볼 경우, 대형마트(-13.7), 슈퍼마켓(-13.5)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 유통학회장을 지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과거 소매시장을 주도했던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 등 전통적인 채널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해 지방 상권과 오프라인 업태의 쇠퇴를 막기 위한 정책 개발과 오프라인 상권을 활성화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쇼핑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쇼핑 점유율(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 서비스 거래액 제외)은 2017년 17.3%에서 2023년에는 31.9%로 2017년 대비 84.8% 증가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