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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경찰관의 음주 측정까지 거부하며 난동을 부린 3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상고와 별도기소를 통해 피고인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부산지법 형사항소 2-1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 선고에서, 원심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는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2년 1월 7일 새벽 부산 사상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경찰서에서 음주 측정을 여러 차례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1심에서 A씨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리며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운전은 시인한 반면,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받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1심은 출동한 경찰관을 증인으로 불러 “당시 피고인이 만취해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았고 현장을 이탈하려 하는 등 음주 측정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진술을 들었다.
이에 검찰은 뒤늦게 A씨가 사고 현장이 아닌 지구대와 경찰서로 인계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고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1심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고 피고인이 죄가 없는 게 아니지만 공소사실이 범행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서 음주 측정 요구를 받은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음주 측정 거부 범행을 했다고 볼 수 없고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 중인 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 불허를 요구하는 이상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검찰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허술한 공소제기도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경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의문”이라며 “또한 법원에서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것이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기록과 판결문을 검토해 상고 또는 재기소의 절차를 통해 죄에 따른 책임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주측정 ‘장소’를 제대로 적시하지 못해 피고인이 무죄를 받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 끝까지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실제 1심 판결문에는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이상 검찰이 별도로 공소 제기하면 피고인이 장차 다시 재판받게 될 수 있음을 기일에 설명했음을 밝혀둔다’고 명시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입장에선 상고 전에 별도기소할 경우 기소와 공소장 변경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는 모양새가 돼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라며 “상고심까지 지켜본 후 무죄가 나올 경우 음주측정 거부를 떼어내 별도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