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장사동 먹거리촌 도로를 막고 천막영업중인 사주카페. 단속은 없다.[박정규 기자} |
[헤럴드경제(속초)=박정규 기자]#1.관광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지만 속초시 행정이 뒤따르지 못하고있다. 속초시민들은 전 김철수 속초시장을 ‘관광객 시장’이라며 비난한 적이 있다. 원주민이 우선이 아니고 관광객만 배려한다는 의미다. 이병선 현직 시장도 ‘관광객 시장’이란 관점에서 전임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관광행정 패러다임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대 전환점을 맞았다. 원주민들이 관광객때문에 피해를 입고있으나 행정은 질적 팽장이 아닌 양정팽장에만 열을 올려 행정불신이 극도로 치닫고있다. 각종 개발로 원주민이 떠나 지방소멸위기 지역이 바로 속초다. 아파트가 무차별 건립됐지만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지않으니 인구 증가가 없다.
#2.‘세계 관광지도’는 두가지 형태로 진화했다. 오버투어리즘과 안티투어리즘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모두 관광객을 비난하는 말이다. 관광객을 기피하는 것으로,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들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현지 주민들의 삶이 침해당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7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안티투어리즘 시위를 벌였다.이들 주민은 관광객들에게 장난감 물총을 쏘며 관광지를 떠날 것을 소리 높여 외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근 시민 수천 명이 관광객들에게 물을 뿌리며 시위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월에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주민 수만 명이 참여하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Overtourism)’ 반대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390만명에 이른다. 섬 전체 인구(약 221만명)의 6배를 넘는다. 이곳은 TV 예능프로그램인 ‘윤식당2’의 촬영지로 유명하다.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있다. 매년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안티 투어리즘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탈리아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가 대표적이다. 매년 수천 만 명의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베네치아는 관광업으로 상당수의 주민들이 수입을 올리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관광객들로 일상 생활이 침범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지산 ‘인증샷 성지’로 알려진 야마나시(山梨)현의 한 편의점 앞은 최근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뒤 편의점 주변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시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질서 유지를 계도했지만 이 일대가 교통 혼잡과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자 결국 후지산을 가렸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유명 관광지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어는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 도시를 더럽히고 주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속초 장사동 먹거리촌,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주말에는 아마겟돈이 된다.[박정규 기자] |
#3.국내서도 이러한 안티투어리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구 2만 7000명에 불과한 양양은 서핑을 즐기기 위해 찾은 젊은이들로 지역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MZ 관광객들은 낮에 서핑을 즐기고 밤엔 파티 등을 즐기며 조용했던 양양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양양을 찾으면서 주민들은 빛 공해, 소음 공해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속초도 마찬가지다. 양적 팽창에만 열을 올리면서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터져 나온다. 속초대관람차와 영랑호 부교는 철거 직격탄을 맞게됐다. 모두 관광객의 양적팽창에만 신경쓰다보니 부작용이 나오고, 무리수를 두다보니 ‘불법’ ‘철거’이란 두글자가 등장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전임 시장의 불법 시설물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혈세는 낭비됐다. 행정은 이들 시설물의 불법철거에 골치를 앓고있다.
#4. 실제 지중해 마요르카 섬의 경우 숙박업소 부족으로 인해 일반 가정집까지 숙박업소로 바뀌며 지역 주민이 거주할 집값이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월세가 치솟고 식당과 식료품 가게마저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지갑을 더욱 얇아지게 만들고 있다. 관광객들이 많아 발생하는 물리적 불편함이 아닌 경제적인 부담감은 관광지 곳곳의 불만이 표출화되는 결정적 사건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속초도 예외는 아니다. 동명동 공영주차장은 원주민과 상인, 관광객들이 주차문제로 오래전부터 대치중이다. M호텔과 상가 몇곳이 공영주차장을 독점하면서 사유주차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안전신문고 민원을 12번 넣어도 대답은 앵무새 답변이거나 동문서답이다. 이병선 주차행정은 전국 1위 엉터리 행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을 위해 동명동 등대전망대 아래 대형 시유지를 불법차량으로 점유됐으나 묵인하고있다. 이러한 일들은 곧 치뤄질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임 시장도 불법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니 이병선 속초시장도 시유지 불법점유 묵인은 직권남용이라는 또다른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 주민은 청와대 게시판에 이병선 속초시장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주민청원’이란 주제로 처벌을 받도록 청원을 하겠다고 했다. 감사원과 속초지청도 조사나 수사에 착수해야한다.
최대호 안양시장(행복실현지방협의회 상임회장·앞자리 중앙)이 참석한 지속가능관광 심포지엄. |
#.5.대한민국 아이디어 정치인으로 꼽히는 최대호 안양시장은 글로벌 관광 기류를 일찍 읽어냈다. 그는 지난 10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행복한 지속가능관광’ 심포지엄에서 관광패러다임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임택 광주 동구청장, 김병내 광주 남부청장, 우승희 전남 영암군수,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이훈 한양대 교수 등 16명이 모였다. 최 시장은 “관광은 다양한 경험과 문화를 통해 행복을 선사하며,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관광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어 지속가능한 관광이 절실하다. UNWTO(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관광은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이며, 이제는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얼마전 자연재해위험지구였던 등대전망대 아래 시유지. 차량들이 불법점유를 하고 1차선마저 점령했다.사람들은 도로로 다닌다.[박정규기자] |
#6.“관광객은 손님이 아닌 손놈” “관광객이 원수” “우리 동네 관광 오지말라” 등 속초에서 몇년전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코로나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김철수 전 속초시장을 ‘관광객 시장’이라 불렀다. 관광객이 속초시민보다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표로 심판하겠다는 댓글도 나왔다. 속초맘카페에서도 이같은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이병선 속초시장이 취임했는데도 피부로 와닿는 전환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등대전망대 아래 시유지를 관광객 불법점유로 묵인해 차박 성지가 됐다. 동명항 입구부터 게찜의 하얀연기에 피해야하고, 오징어 등 건어물이 인도를 점령해 사람이 도로로 다닌다. 동명항 넘어 장사동으로 들어가면 불법 핫플레이스가 버젓이 영업중이다. 인도는 사라졌고 파라솔이 차지한다. 요새는 사주카페까지 도로에서 천막을 치고 영업하고있다. 세상에 도로위에서 불법영업하는 도시가 어디있는지 이병선 속초시장에게 묻고 싶다. 수많은 언론과 시민이 지적해도 묵묵부답( 默默不答)이다. 관광객유치, 지역활성화라는 시정방향이 오히려 역풍( 逆風)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