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2주기…“유치장 나온 가해자, 경찰에 알려줘야”

지난 2022년 9월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경찰, 검찰, 법원 등 각 기관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토킹 피해 신고 이후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해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11일 법률사무소 진서는 변호사회관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2022년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주기를 추모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자리에는 피해자의 부친과 피해자의 직장 동료도 함께 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이 개정되고 피해자 보호조치가 강화됐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여전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예방적인 조치가 빈틈없이 마련되고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작동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유가족을 대리한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는 ‘스토킹처벌법 제정과 개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민 변호사는 “경찰, 검찰, 법원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조치가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스토킹범죄의 재판실무상 쟁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17건에 달했다(2023년 10월 기준). 이중 ▷피해자가 이미 피고인을 스토킹 행위 등으로 신고했던 경우는 8건 ▷피고인이 스토킹 범죄 신고·수사로 앙심 품었다고 판시된 경우 4건 ▷살인 범행 중 법원 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 3건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를 손괴한 경우 1건이었다.

피해자가 신고를 해 스토킹 범죄 수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가 접근금지명령(법원), 스마트워치(경찰) 등을 통해 법률에서 보장하는 보호를 받기 위해 노력해도 강력범죄 피해를 입는다. 잠정조치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잠정조치 4호’를 예시로 들었다. 현행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스토킹처벌법) 9조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가 있을 경우 가해자는 최대 1개월까지 유치장·구치소에 구금될 수 있다. 검사가 신청하고 법원이 결정한다.

민 변호사는 “가해자가 구치소에 나와도 검찰, 법원이 경찰에게 통보해주지 않는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위협하고,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만 경찰이 인지할 수 있다”며 “경찰이 수사를 마친 후라도 검찰, 법원에서 경찰관에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법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토킹 가해자의 재발 위험성 평가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경찰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체 문항 중 몇 개 이상이 체크됐을 때 실제 재범이 일어났고, 몇 개 이하에서 재범률이 낮은지 등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토킹 범죄 신고 초기에 가해자의 재발 위험성을 명확하게 평가해야 피해자 보호, 잠정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 변호사는 또 가석방 제도 개선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가석방이 되면 피해자가 출소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가석방 심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피해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가석방은 피해자와 무관하지 않기 대문에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진술권을 보장하고, 진술 여부 및 내용을 비공개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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