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주한미군, 김정은’…트럼프-해리스 외교 시나리오는 [트럼프 vs 해리스 비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김영철·정목희 기자]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어느 후보가 당선돼야 한반도 문제에 유리할까.

국내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이 큰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지만, 방위비 문제 등 동맹관계나 안보 측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과 공화당 강령에 ‘한반도 비핵화’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가자 전쟁에 대북문제는 ‘뒷전’=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한반도 문제가 과거 대선 때 만큼 조명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종식을 의제로 격돌했지만, 한반도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밀월관계’를 비판했을 뿐이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들을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트럼프가) 독재자를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 세계 독재자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응원하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며 “당신과 함께 일했던 많은 군 지도자들이 나에게 당신이 (미국의) 수치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TV토론에 대해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미국 입장에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현재로서는 주요 이슈 대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듯” vs “해리스, 미국 내 여론 중요”=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장은 11일 헤럴드경제에 “트럼프는 늘 이익을 우선 계산하는 사람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집권 당시 (대화를) 해봤는데 별다른 성과도 안 나왔고,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며 “이번에 당선된다 해도 4년 더 집권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정치적 자산과 시간을 쓰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9일 주요 정책에서 ‘동맹 강화’라는 원칙 외에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해리스 캠프가 공개한 정책 설명안 ‘새로운 앞길(A New Way Forward)’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신화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을 보좌하는 필 고든 미국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중동과 유럽지역 전문가”라면서 “해리스가 대북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할 우리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든 보좌관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해리스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 관계에서 김 국무위원장과 관계 개선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개인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고, 북한과의 협상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반면 해리스는 민주당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따르고, 미국 여론을 중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집권 시 ‘비싼 청구서’ 예고=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문제에 있어서는 예측 가능한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교·안부 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힘에 기반한 평화’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현재 2026년부터 적용될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회의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서정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임기 첫 해에 SMA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며 “트럼프가 한국 방위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나 임기 첫 해 성과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타임지와의 인터부뷰에서 ‘재집권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했다. 그는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매개로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그래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원곤 센터장은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의 연속선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공화당 강령에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올해 민주당 강령 ‘2024 민주당 강령’과 공화당 ‘2024 공화당 강령-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강령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사라졌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양당은 비핵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보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신화 교수는 “과거 미국 정부의 ‘최종 목표(End state)’는 북한 비핵화였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사라졌다”며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고, 한국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한미일 협력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박원곤 센터장은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한미일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동맹이 결국 이득이기데 한미일 체제를 완전히 무시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해리스 쪽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만큼 우리 정부의 사전 대응과 외교력 발휘가 관건이 될 같다”고 평가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장,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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