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금융시장의 기대가 사라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채권 스왑 시장은 11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9월까지 26bp(1bp=0.01%), 12월까지 105bp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후 7시 현재 연준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내릴 확률을 15%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34%, 1주 전의 44%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한 달 전에는 0.50%포인트 인하 확률이 51%로 0.25%포인트 인하 확률(49%)보다 높았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달 연준의 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베팅이 끝났다”며 “CPI 발표 이후 트레이더들은 0.25%포인트 인하에만 베팅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2%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여전히 3%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7월 상승률(0.2%)보다 더 올랐고, 시장 전망치인 0.2%도 웃돌았다.
근원물가는 인플레이션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더 주시하는 지표다.
이같은 물가 지표가 발표된 후 투자은행 씨티는 9월 0.5%포인트 인하 전망을 철회하고 올해 총 1.25%포인트 인하 전망만 유지했다.
매트 이건 루미스세일즈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재량팀장은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며 9월에는 25bp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고용 지표가 둔화하긴 했지만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빅컷보다 ‘베이비컷(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건 팀장은 “재정적자, 인구 고령화, 지정학적 안보 우려 등의 ‘구조적 후풍’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3% 미만이 아닌 3.5%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오르면서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CPI 발표 직후 전거래일보다 0.095%포인트 오른 3.69%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3.68%를 나타냈다.
연준이 오는 18일 발표할 점도표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국채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 취약성의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이 2025년 9월 선물 계약에 책정된 250bp의 완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금리 인하 속도를 시사할 경우 국채 2년물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