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과학기술계 석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고위 임원이 직원들에게 잇단 성희롱과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다 못한 직원들이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과기한림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모 총괄부원장이 재임 중인 2022년 3월부터 최근까지 직원들에게 성희롱·사적 심부름·강요 등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낸 진정서에 따르면 이모 부원장은 지난 4월 한림원 회관 복도에서 남직원 A의 주요 부위에 자신의 손을 가까이 대고 쥐는 모양을 취하며 "(저쪽에서)○○을 자꾸 이렇게 움직여. 내가 자꾸 이러면 기분 나쁘지. 걔들한테 절대로 따라가지 마"라며 성희롱했다.

한림원 사업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휘둘리지 말라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성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면서 A 직원을 불러 관용차로 본인 개인 병원 진료를 위한 이동과 자택 귀가 등을 지시했다. 개인 자가용 수리,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등 개인 업무까지 시켰다.

지난해 5월에는 인사업무와 무관한 여직원 B에게 남성 직원을 채용하라는 의미의 "고추 뽑아. 고추"라는 발언을 공개 장소에서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채용 결과 남성이 입사하지 않자 이모 부원장은 직원들과 함께 식사 중에 "남자(요리사)만 일하고 여자(계산원)는 일 안 하잖아. 힘든 일은 남자들이 다 해"라고 성 차별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C 직원에게는 부당 업무 강요와 폭언 등을 일삼았다. C가 이견을 냈다는 이유로 강등 조치까지 내렸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며 결국 A는 지난 4월 공황발작 증세가 발생해 병원 진료를 받았고, 1개월간 병가 휴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도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휴직을 권유해 지난달 병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부원장은 C에 '업무도 없는데 무슨 스트레스냐'고 발언했으며, '엉터리 병원에서는 누구나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며 승인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해민 의원은 "과기한림원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한 관리가 필수인 공익법인임에도 과기정통부 국장 1인을 제외한 이사, 감사 모두를 내부 회원으로만 구성하고, 실질적인 감사가 없는 등 정상적인 관리 감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림원이 제대로 된 석학기구로서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의 관리 감독이 가능하도록 임원 구성 등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이 부원장은 연합뉴스에 "평소 직원들과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직원들에게 듣기 불편한 언행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언행으로 직원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