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자료사진.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추석 명절이 다가오자 수영강사에게 이른바 ‘떡값’을 내자고 권유하는 중장년층 수강생들의 요구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신입 회원의 난감한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료 수영강습반에서 일부 회원들이 돈을 걷어 수영강사에게 전달하자며 단톡방을 만들고 ‘갹출’에 나섰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수영장 떡값을 내라고 한다”는 글을 올려 “강습비가 주 4회, 한 달 25만원이다. 강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쉬고 수영장 정기휴무로 2번 쉬고, 이번 추석에는 운영 안 한다더라. 강습비도 아까워 죽겠는데 떡값을 내라고 한다. 이해 안 된다”고 적었다.
A씨에 따르면 떡값 갹출을 제안한 것은 강습반 최고 고참인 할머니다. 그는 “왕고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와서 떡값 드리자고 얘기하더라. 그냥 무시하고 안 내려고 했는데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며 “저번에 강사가 수영 자세 찍어준다고 핸드폰 가져오라고 했을 때 번호 교환했는데 이런 일로 초대될 줄 몰랐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수영장 자료사진. 임세준 기자 |
초대된 단체 대화방에는 “2년 차 고인물 ○○○(이름)입니다. 매년 설, 추석 명절에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모아 떡값으로 작은 성의를 표하고 있다”며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성의껏 송금해 주시면 정산해서 단톡방에 공지해드리겠다. 20만원 드릴 예정”이라며 계좌번호가 공유됐다.
A씨는 “(강습비 따로 내는)사립 수영장인데 지금 줄줄이 ‘송금했습니다’ 문자 올라오고 있다. 돌아버리겠다”며 “난 강사도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이만한 수영장 없어서 다니는 입장이라 참여 안 하고 싶다. 센터가 싼 편도 아니고 2만원이 너무 아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사는 나이 좀 있는 여성분이다. 왕따당하는 건 상관없는데, 내가 돈 안 낸 거 강사가 알면 안 그래도 못 가르쳐주는데 더 안 알려줄까 봐 걱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중장년층에게 사랑받던 운동인 수영은 코로나 이후 젊은층 수영 인구가 새롭게 유입됐다. 이에 그간 이어져 온 떡값 돌리기 등 관행이 ‘악습’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일부 운동센터는 기존 회원들의 텃세를 방지하기 위해 ‘단체모임 및 단체 대화방 참여 요구 금지’, ‘커피, 떡돌리기, 촌지 등 물질적 요구 금지’, ‘실력에 관계없는 자리 지정 금지’ 등의 공지사항을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