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다. 해외에서 소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제주소주를 기반으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오비맥주표 소주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오비맥주와 신세계L&B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다. 신세계L&B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에 진출한다. 신세계L&B는 지난 6월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초에는 제주사업소 취수권 등을 정리하고 본사에 근무했던 관련 인력도 제주공장 등으로 이동시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수 마무리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1년 설립된 제주소주는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016년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마트는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사진)으로 리뉴얼해 출시했다.
이마트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제주소주에 유상증자 등으로 57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이었다. 이마트는 2021년 자회사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신세계L&B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신,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과일소주 등 수출용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가 확보한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오비맥주는 카스와 제주소주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더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오비맥주의 1위 브랜드 카스는 몽골, 대만, 호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다. 올해 1~8월 수출 물량이 2020년 동기 대비 약 66% 증가했다. 2020년 이후 기본 연평균 수출 성장률은 약 14%다. 지난해 한국의 해외 매출 수출량 약 1300KHL 중 오비맥주 비중은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내 소주 시장에 판도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시장 점유율 1위는 하이트진로(59.8%)였다. 이어, 롯데칠성음료가 18%, 무학소주가 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