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토론에 뿔난 독일 “우리도 개·고양이 안 먹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반박하는 독일 외무부 트윗. [독일 외무부 X 캡처]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TV 토론 중 '독일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독일이 반박하고 나섰다.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독일 외무부는 1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발단은 전날 열린 미국 TV 대선 토론이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이 재생 에너지 정책을 시도했지만 "1년 만에 정상적인 에너지 발전소 건설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좋든 싫든 우리나라를 강하게 만들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이에 대해 독일 외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외무부는 X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중인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고 "좋든 싫든 독일의 에너지 시스템은 50% 이상의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석탄·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폐쇄하고 있다. 늦어도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은 완전히 제외될 것"이라고 썼다.

또한 "추신(PS): 우리도 고양이와 개는 먹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중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주장한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값싼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해 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2022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 심각한 에너지난에 직면, 화력발전소 폐쇄 시기를 늦추거나 예비 전력원으로 남겨둔 발전소를 재가동해 화석연료 비중을 늘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는 에너지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석탄 발전을 전보다 10% 늘렸지만 다시 지난해 석탄 발전 비중은 줄어들어 수십 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정상적인 발전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독일은 더 이상 새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2030년 석탄 발전을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 달성은 미지수인 상태며 지난 2월에는 가스화력발전소 4기 신규 건설 계획을 발표,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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