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2000장(1억원)을 비타민C 상품 철제 케이스에 담은 모습. 해경 수사관들이 포장을 재현한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노후화된 어업지도선 개량 사업의 예산을 부풀려 집행한 뒤, 납품업체 대표와 짜고 부품 대신 현금 1억원을 뒤에서 받아 챙긴 군청 공무원이 구속됐다.
해양경찰청 중대범죄수사팀은 수도권의 한 군청에서 어업지도선 업무를 담당하는 A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의 소속 군청은 지난 2019년 말부터 2021년 3월 사이 노후 어업지도선 1척(선령 23년)의 엔진기관 교체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 예산 15억원이 책정됐다.
A씨는 엔진을 납품하는 업체 대표 B씨와 공모해 ‘예비부품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총사업비를 1억원 부풀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부품을 납품받지 않고 B대표로부터 추가 확보한 예산 1억원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았다.
이 과정에서 B대표는 준비한 5만원권 2000장을 시중에 판매하는 비타민C 철제케이스에 담아 A 공무원에게 선물하는 것처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행각은 이로부터 약 3년 뒤에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 해당 어업지도선 승조원들이 설계서상엔 반영돼 있는 부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고 군청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A씨는 B대표에게 “허위 보관증을 작성하라”고 지시해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문제가 된 군청의 어업지도선 [해양경찰청 제공] |
해경은 이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인 끝에 전모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공무원 신분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예산을 뻥튀기하고 집행하는 등 심각한 비위행위가 드러났다.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재직 기간 중 직무와 관련해 횡령, 배임죄를 저질러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연 퇴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태연 해경 중대범죄수사과장은 “국민의 혈세를 유용하는 해양 부패범죄 등관련 범죄에 대하여 단호하고 엄중한 법 집행을 통해 해양법 질서 확립에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