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스캔들’ 파벌 없다더니…日 자민당 총재 선거서 여전

1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집권 자민당본부 건물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선출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12일 고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배경인 파벌 정치가 이번 선거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후보의 추천인들에 특정 파벌 인사가 몰렸고, 무당층 지지가 높은 후보 역시 파벌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전날 고시된 9명 출마 후보의 추천인을 분석한 결과,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6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특정 후보자의 추천인이 됐다.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가 되려면 자당 의원 20명의 추천인을 모아야 한다. 총재 선거 역사상 역대 최다 후보가 등록한 만큼 추천 후보도 많았다.

12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한 고노 다로 디지털상이 일본 도쿄 자민당사에서 열린 다른 후보들과의 합동 연설에 참석했다. [AP]

닛케이가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추천인들의 소속 파벌을 분석한 결과 특정 후보에 특정 파벌이 몰렸다. 대표적으로 아소파의 중심으로 꼽히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20명의 추천인 중 18명이 아소파 소속 의원으로 채워졌다.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는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자 기시다 총리가 주도한 당내 파벌 해체를 거부하고 유일하게 존속 방침을 정한 계파다. 다만 아소파 소속 의원이 54명인만큼 고노 디지털상을 제외한 다른 7명 후보에도 추천인을 냈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제외하고 모든 후보에 아소파 소속 국회의원이 있다”고 전했다.

전체 6개 파벌 중 아소파를 제외한 기시다파, 아베파, 니카이파 등 5개 파벌은 해체 방침을 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거나 일부는 절차를 마쳤다.

유력 후보로 떠오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20명 중 14명이 무당파였으나 완전한 무당파라고 볼 수 없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측근 의원 10명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당파 싸움에 휘말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추천인을 받기 어려웠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이시바파에 속한 의원 8명이 추천했다.

기시다파의 2인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추천인 20명 중 15명이 기시다파 출신 의원으로 채워졌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역시 20명 중 모테기파 출신이 14명에 달했다.

3년 전 총재 선거에 출마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 담당상은 추천인 20명 중 14명을 아베파 출신 의원으로 채웠다.

교도통신은 “자민당은 아직도 계파 단위로 움직인다는 시각이 있다”고 당내 한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의 경우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고노 디지털상을 뺀 7명의 후보에 폭넓게 추천인으로 이름을 올려 각자도생하는 기류도 보였다.

일부 다른 후보들은 파벌 이외에 같은 도도부현, 오카야마 현 등 지연을 도움받기도 했다. 여성 후보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자민당 외에 여성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전체 추천인 중 3분의 1정도를 여성 의원으로 채웠다.

한편 총재 후보들은 선거 당일인 오는 27일까지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나 일본 경제 부흥 방법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예정이다.

후보 대부분 규제 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유사한 정책을 내걸었다. 특히 ‘성역 없는 규제 개혁’을 내세워 재취업 지원을 조건으로 대기업의 정리 해고 등 강력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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