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달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예산을 더 쓰더라도 전산화 확산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에선 예산 증액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13일 금융위에 따르면 전날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보건복지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 보험업계, 보험개발원 등이 모여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핵심은 EMR업체의 협조 독려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참여하는 병원급 요양기관은 3774개로 참여율 48.9%, 청구건수 기준 42.8%(추정)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보건소 등 참여 요양기관(3491개)를 제외한 병원은 283곳으로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청구건수로는 약 36.7%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실손보험 청구 열 중 여섯은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단 얘기다. 별도의 전산시스템 구축 능력이 있는 상급종합병원 47곳은 100%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동네 병원의 참여가 저조하다. 병원 입장에선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굳이 비용을 들여 시스템 구축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다음 달 제도를 시행해도 소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기존처럼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EMR업체의 비협조 때문이다. 병원에서 보험개발원으로 서류를 넘기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EMR 업체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병원에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 EMR 업체가 보험업계와 시스템 개발 비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EMR 업체가 요구하는 추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법안의 실효성과 국민 편의를 위해 보험업계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권대영 사무처장은 “금융당국, 보험업계와 EMR업체는 머리를 맞대고 적정 비용 수준을 논의해 왔다”면서 “처음 시작하는 만큼 향후 비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국민 편의성 제고를 위해 양 업계가 조속히 최종 의견 조율을 마무리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주 생손보업계 임원들을 불러 EMR 업체들에게 예산을 증액하는 편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도 참여율을 높이고 싶은 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예산 측정에 근거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예산보다 몇십억원은 더 줘야 할 판”이라며 “EMR 업체들의 예산 증액 요구가 이번으로 끝날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EMR업체와 개발비는 유형당 1200만원 내외 등으로 협의됐지만, 확산비 및 유지보수비는 논의중이다.
일부 EMR 업체는 개발비와 시스템 설치 비용 외에도 별도 유지·보수비와 청구 건당 일정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보험사들이 부담하는 현실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의료업계 등의 반대로 14년 만인 지난해 국회를 겨우 통과했다.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보험 가입자가 청구하고 싶은 진료 건을 선택한 후, 요양기관에 증빙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달라 요청만 하면 된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