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12일 일본으로부터 전달받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표지를 공개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지난 5일 일본 정부로부터 입수한 우키시마호(浮島丸·우키시마마루)의 승선자 명부에 대해 분석작업을 시작했다. 1945년 자료인데다 양이 방대해 분석에 시간이 소요되지만,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취재진과 만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신청을 했다가 각하되신 피해자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그분들이 이번에 승선 명부를 받은 이후 재심의를 통해 피의자 구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지난 5일 일본 외무성과의 도쿄채널을 통해 입수한 19건의 우시키마호 승선자 명부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 위원회는 현재 행안부 과거사업무관련지원단이 업무를 승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9건의 명부는 모두 행안부에 전달했다”며 “상세한 분석작업이 있겠지만, 구체화되면 피해자분들의 구제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19건의 명부 중 일부 표지를 공개했다. 표지에는 ’쇼와(昭和) 20년 8월 20일‘(1945년 8월20일), 반도 제1차, 제4차 노동자(工員) 승선 명부’라고 적혀있다. 해당 명부는 당시 일제 해군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키시마호가 1945년 8월22일 출항해 8월24일 침몰했는데, 해당 명부 작성일이 8월20일인 것으로 비춰볼 때 이 명부는 승선 예정자 명단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부분을 모두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는 데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4740t급 일본 해군 수송선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22일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조선인 강제징용자를 태우고 출항해 부산으로 향하던 중, 8월24일 방향을 돌려 일본 교토 마이즈루항으로 향하다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선체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25명 중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 실종자가 수천여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인 생환자와 유족들은 일본의 집계는 승선을 신청한 사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승선한 사람이 5000명이 넘으며, 희생자 수가 수천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유족과의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가 사라졌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 명부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공개된 명부는 개인정보법상 많은 내용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 정부가 입수한 명부를 통해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밝혀질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일본측이 추가로 자료를 전달한다면, 승선 예정자 명단에 작성되지 않은 실제 탑승자 명단이 확인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일본측은 여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 규모가 파악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피해자분들이 고령이시고 오래 기다려오셨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