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에 위자료 1.4억원 지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일본 정부가 위헌 결정이 난 '구(舊) 우생보호법'의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 소송과 관련해 원고 1인당 위자료로 1500만엔(약 1억4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이 소송 원고들은 전날 이런 내용이 포함된 화해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첫 제소부터 6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소송이 해결점을 찾았다.

합의서에 따라 정부는 7월 최고재판소(한국 대법원 해당) 판결 배상액을 근거로 위자료 명목으로 각 원고에게 1500만엔씩을 지급한다.

부부가 원고인 경우 수술 피해자에게 1300만엔, 배우자에게 200만엔을 각각 주기로 했다.

이미 판결이 확정돼 배상액을 받았지만 이번 결정 금액보다 낮았던 원고에게는 차액을 보전해준다.

합의서에는 정부의 사죄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수술이 인권침해였다는 점을 인정하며 "심신에 오랜 세월 큰 고통과 고난을 준 것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진심으로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아동가정청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25명이 구제받게 됐다.

관건은 이 소송 원고 이외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피해자 약 2만5000명에 대한 구제다. 국회 초당파의원 연맹은 보상 대상과 금액 등을 정리해 가을 임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난 7월 1948년 제정돼 1996년까지 약 50년 동안 시행된 구 우생보호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법은 나치 독일에 '단종법'(斷種法)을 따라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인구 급증을 조절하기 위해 '불량한 자손 출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행됐다.

국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이 법에 따라 유전성 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임신중절·불임 수술이 이뤄졌으며, 불임수술을 받은 2만4993명 중 강제에 의한 경우가 무려 1만6475명에 달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판결 이후 피해자들을 만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며 정부를 대표해 사죄 말씀을 드린다"면서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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