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사업가 A(57)씨는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판결문·결정문, 잔액·잔고증명서, 대출약정서를 손쉽게 만들어 내는 '위조왕'이었다.
그는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향우회의 회장이 공사대금과 대여금 67억여원을 받지 못해 고민하는 것을 알고 머리를 굴렸다.
민사소송에 승소해도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한 회장을 상대로 "내가 알고 있는 검찰 수사관과 판사를 통해 압박해 못 받은 돈을 받아 주겠다"며 채권 추심과 압류명령 비용 등을 요구했다.
그렇게 8억9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A씨는 회장을 계속 속이다가 채권추심 결정문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떠도는 판결문 양식을 내려받은 A씨는 사건번호, 주문, 결정 이유 등을 마치 판사가 된 듯 써내려 가고 결정문 마지막에 서명까지 했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민사재판 판결문,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 공탁금 회수 접수증 등을 위조해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또 공사대금 회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컴퓨터에서 금융기관의 간편 잔고 확인증에 제멋대로 거래금액을 적어 위조하고, 어설픈 서류가 들킬까 봐 이를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해 피해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또 99억원 상당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으며 대금 지급을 상대방이 독촉하자 93억원 상당의 대출약정서도 위조했다.
결국 A씨는 사기, 변호사법위반, 공문서위조·행사, 사문서위조·행사 등 수건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8억9000여만원 추징도 명령받았다.
A씨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도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A씨에게 징역형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금 8억9000여만원 중 5억여원을 변제한 점을 토대로 징역 형량을 3년으로 일부 감형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