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2’. [CJ E&M]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영화 ‘베테랑2’는 노골적으로 묻는다.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는지. 류승완 감독에게 천만 관객 타이틀을 가져다준 ‘베테랑’(2015) 속편이 9년 만에 돌아왔다. 나쁜 놈 잡는 강력반 형사가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 그 사이에서 사건의 양상이 얽히고설켜 박진감 넘치게 내달린다.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닌 좋은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는 빌런이 누구인지 보다 그가 야기하는 현상과 여파를 중요하게 보여줘요.” 류 감독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지키면서 전편을 재탕하지 않은 서사에 천착한 배경이다. 그는 “제가 정당하다고 생각한 분노가 어쩌면 잘못된 분노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베테랑2’. [CJ E&M] |
영화 ‘베테랑2’. [CJ E&M] |
이런 그의 고민은 이전에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2021)에서도 은연 중에 드러난다. “살다 보면 진실이 두 개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다. 류 감독은 “사회적으로 대중을 분노케 한 사건들이 발생했고, 나도 마음속으로 가해자를 비난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흘러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경우를 목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섬찟한 경험이 바탕이 돼 나온 영화가 ‘베테랑2’다.
영화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선악 구도가 선명한 1편보다 다면적이고 묵직해졌다. 2편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빌런의 등장으로 정의와 신념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시선을 줄타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 [CJ E&M] |
해치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는 빌런은 죽어 마땅한 악당만 살해한다. 그래서 서도철이 빌런을 어떻게 잡는지 등 정교한 수사 기법은 중요하지 않다. 빌런의 조서를 쓰고야 말겠다는 서도철의 ‘성장’ 서사에 무게 중심이 실린 이유다. 류 감독은 “조서를 쓴다는 건, 조사를 해서 이 복잡한 현상에 대해 이해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건 영화답게 류 감독은 배우 정해인에게 일부러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도 했다. 그는 “배우 스스로도 모순을 느끼면서 연기하길 바랐다”며 “일관성을 지키려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남산 계단에서 쓰러지고 구르며 펼치는 액션 연기가 강렬하다. 전편이 가진 유산을 지키면서도 변주된 음악도 관람의 풍미를 더한다. 류 감독의 전작 ‘밀수’(2023)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받은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또 한 번 참여했다.
영화 ‘베테랑2’. [CJ E&M] |
한편 영화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모가디슈’(2021) 등 사회성 강한 굵직한 메시지를 대중적으로 푸는데 일가견이 있는 류 감독이 속편으로 돌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권선징악 판타지를 벗어난 2편이지만 ‘비질란테’, ‘살인자ㅇ난감’, ’노 웨이 아웃’ 등 사적 제재를 다룬 최근 수년 사이에 공개된 드라마 소재와 흡사해 기시감이 드는 건 아쉬운 점이다.
지난 13일 개봉한 ‘베테랑2’는 추석 연휴에 상영되는 유일한 텐트폴 영화로 2600개 안팎의 스크린을 점유해 극장가를 사실상 독점했다. 개봉 3일 차에 200만(15일 오후 7시 기준) 관객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2023)이 기록한 6일보다도 빠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