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혐의로 체포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가 2022년 4월 키이우에서 열린 집회에서 AFPTV와 인터뷰하는 모습. [AFPTV/AFP]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다 체포된 용의자는 러시아로부터 침공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로 파악되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를 체포했다.
라우스는 1966년 출생한 미국인 백인 남성으로 하와이에서 살았으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다.
8번 체포된 전력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범죄 혐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우스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에 불만을 품고 암살까지 기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자원병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서 죽을 용의가 있다”고 적었다.
또 메시징 앱 시그널 자기소개에는 “민간인이 이 전쟁을 바꾸고 미래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썼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서 몇 개월을 보냈다며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군인 중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뉴스위크 루마니아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키이우를 찾았다며 “많은 전쟁은 회색지대에 있지만 이 전쟁은 분명히 흑백전쟁”이라며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한 인터넷매체의 작년 3월 기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외국인을 군부대와 지원단체와 연결하는 민간단체인 ‘우크라이나 국제자원센터’를 이끄는 인물로 기술됐다.
그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강한 ‘신념’은 다소 과도한 언행으로 표출되곤 했다.
그는 엑스를 통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당신에게서 로켓을 사고 싶다. 그 로켓에 푸틴의 흑해 저택 벙커를 겨냥한 탄두를 장착해 끝장내고 싶다. 가격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또 자신을 무시한 미국인 용병을 향해서는 “총으로 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자신이 중재자로서 북한과 미국의 분쟁을 해소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휴가를 위해 하와이에 오라고 초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라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분노를 적극 표출했다.
그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에서 벌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 1차 암살 시도 이후 엑스에 “난 2016년 당신을 선택했고 나와 세상은 대통령 트럼프가 후보 트럼프와 다르고 더 낫기를 바랐지만 우리는 모두 크게 실망했고 당신은 더 악화하고 퇴보하는 것 같다”며 “난 당신이 사라지면 기쁠 것”이라고 썼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전선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에 종전협정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실망이 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우스의 페이스북과 엑스 등 계정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다만 라우스의 아들은 부친이 평소 암살을 시도할 만큼 과격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CNN에 “아버지가 사랑스럽고 배려심이 많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성격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플로리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아버지는 미친 짓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일이 과장됐을 뿐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 자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 클럽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관계자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REUT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