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직연금서 사라지는 저축은행 예금…유동성 ‘예의주시’[머니페스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자금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시중은행이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저축은행 퇴직연금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 퇴직연금 규모는 30조원 수준으로, 전체 수신 잔액의 30%에 달한다. 퇴직연금 만기가 몰려있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출 실탄인 예금 잔액이 대거 빠져나가면 저축은행 유동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신용등급 ‘BBB’ 이하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줄줄이 중단했다.

규제상 저축은행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모집하지 못하고 주요 은행 퇴직연금 시장에 고금리 정기예금 등을 판매하는데,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급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된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 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요 은행들은 매달 내부 정책에 따라 퇴직연금 상품 목록을 정비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6개 저축은행의 예금이 제한됐고, 올 7월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신용등급 BBB급 이하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4개 저축은행의 상품이 빠졌다.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진 저축은행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달만 해도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취소되고, KB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이 각각 ‘A(긍정적)’에서 ‘A(부정적)’,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각 저축은행에 퇴직연금 잔액 및 만기 도래 시점, 취급액, 평균금리 등을 보고 받아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 만기는 연말연시에 집중돼 있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퇴직연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90조1600억원)의 정기예금 잔액 중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신 통계인 79개 전체 저축은행의 7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99조9128억원으로, 지난해 말(107조1491억원) 대비 7조2363억원 급감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수신 잔액이 100조원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퇴직연금이 더 빠져나갈 경우 저축은행은 고객에게 내줘야 할 이자 부담까지 지게 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유동성 지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은 앞서 BIS비율이 권고치(자산 1조원 미만 10%·1조원 이상 11%)를 밑돈 상상인·상상인플러스·라온·바로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은 BIS비율이 권고치를 밑돌 경우 저축은행에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을 담은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이 1조원 이상인 상상인·상상인플러스·바로저축은행의 BIS비율은 각각 10.45%, 상상인플러스 9.72%, 바로 10.67%로 나타났고, 자산 1조원 미만인 라온저축은행의 BIS비율은 9.01%로 권고치에 미달했다.

[영상=이건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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