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펄펄끓는 지구” 바다가 이산화탄소 녹여…지구 온도 낮춘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POSTECH 연구진. 황인환(왼쪽부터), 김민성 교수, 마두 쿠마리 연구원.[POSTECH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9월에도 폭염 경보가 발효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녹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혁신적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황인환·김민성 교수 연구팀은 POSTECH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인 ㈜바이오컴과 공동 연구를 통해 대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녹이고, 바닷속의 금속 이온과 탄산염 형성을 유도해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이산화탄소 활용 저널’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단계(global warming)를 넘어 펄펄 끓는 단계(global boiling)에 접어들었다. 그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슈퍼 태풍, 기록적인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인류와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재난의 주요 원인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로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재 대부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정책들은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을 관리하는 데 집중돼 있는데, 이뿐 아니라 이미 대기에 축적된 온실가스를 직접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산무수화효소(이하 CA1)는 기체인 이산화탄소(CO2)를 물(H2O)에 녹여 탄산(H2CO3)으로 변환시키는 효소로 최근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제거 수단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기존의 CA는 온도나 염분 변화에 쉽게 불안정해졌다.

이번 연구성과 모식도. [POSTECH 제공]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효소를 결합해 새로운 효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내구성은 우수하지만 활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효소와 활성은 매우 높지만 내구성이 낮은 효소를 재조합하여 고온이나 알칼리성 환경에서도 활성과 내구성이 모두 뛰어난 하이브리드(hybrid) 효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100℃에서도 24시간 동안 효율을 80% 이상 유지하고, 성능이 10% 향상된 CA 개발에 성공했다. 또, 염분 내성이 강화된 CA를 사용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바닷물에 효과적으로 용해했으며, 이산화탄소가 바닷물 속 칼슘(Ca2+)·마그네슘(Mg2+) 이온과 결합해 탄산염을 형성하도록 pH를 조절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그 결과, 공기 중에서 바다로 이동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로 방출되지 않고 바다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은 생체 촉매인 CA를 활용해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인환 교수는 “이 기술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욱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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