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에 따라 이제는 경제와 고용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며 통화정책 선회(피벗)에 나선 것이다. 연준은 이번에 금리를 낮춘 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도 시사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리를 소폭 낮추는 ‘베이비컷’이 아닌 대폭 인하하는 ‘빅컷’을 선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올라가 있는 상태”라면서도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정책 결정에 대해선 “기준금리의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하며 위원회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진전되는 전망, 위험들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차대조표 축소도 중단하지 않고 금리 인하와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 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인하할 방침을 예고한 것이다. 2025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제시해 내년에도 1.0%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빅컷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지난 7월 회의 이후 추가된 여러 경제지표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됐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7월 회의 이후) 7월 및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고, 2건의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왔다”며 “고용 지표가 높게 나타났고 향후 하향 조정될 것임을 시사하는 보고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들 지표를 모두 취합해 (FOMC를 앞둔) 묵언 기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이번 (빅컷) 결정이 우리가 봉사하는 국민과 미 경제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내려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금리 인하를 대대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선 “경제전망요약(SEP)에는 FOMC가 서두르고(rush) 있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우리는 들어오는 지표와 경제 전망의 전개, (물가·고용) 위험 간 균형에 근거해 매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인 뒤 8회 연속 동결해 왔다.
이번 금리 인하로 기존 2.0%포인트로 역대 최대폭이었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는 1.5%포인트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