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 특검법’ 및 ‘지역화폐법’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주도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하고 아예 불참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김건희 특검법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장 먼저 통과됐다. 재석 의원 167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최근 언론 보도로 촉발된 ‘공천 개입 의혹’까지 김 여사를 향해 제기된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에 모두 담은 법안이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앞서 발의된 법안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이 핵심이었는데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추가 제기될 때마다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 범위가 점점 늘어났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론 1호 법안인 채해병 특검법 통과에 특히 힘을 쏟아 왔는데, 지난 6일 개최된 검찰 수사심의위윈회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등 6가지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결정하면서 특검법 처리 속도를 높였고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참석해 밝게 웃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채해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17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는데, 여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채해병 특검법은 앞서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 끝에 폐기됐다. 이번 법안이 기존에 발의된 특검법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특별검사 임명’ 규정이다.
법안에는 대법원장이 4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이 4명중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인 야당이 1명의 후보자를 각각 국회의장에게 추천하도록 하되, 대법원장의 추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장을 통해 대법원장에게 다시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를 담당할 특검 추천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거론했던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을 가미하면서도 야당에 재추천 요구 권한을 담은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야당이 추린 2명의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하도록 하되,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보도록 했다.
수사 대상 범위는 채해병 사망 사건 및 대통령실 등의 은폐·무마·회유·사건 조작 등 관련 불법행위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불법행위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사임 과정 불법행위 ▷이 전 장관 관련 사안 은폐 등 불법행위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각 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검 수사 방해행위 등이다.
이어서 지역화폐법으로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재석 의원 16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3명이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이 모두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가 지원 의무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 마다, 기본계획에 따른 세부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재량규정에서 의무규정으로 개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민주당의 또다른 22대 국회 당론 1호인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패키지 법안으로 꼽힌다.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은 앞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온 상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오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야당을 규탄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여당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 항의하며 불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반헌법적이고 무리한 특검법안 등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된 법안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하지 않고 아예 본회의 보이콧을 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본회의 오늘 의사일정 자체에 대해서 합의가 없고 일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애초부터 저희들은 이런 의사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 그 동의할 수 없음을 가장 강력하게 토론하는 것이 보이콧”이라며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보이콧을 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필리버스터에 관해서 특별한 요구가 있거나 그러지 않았고 저희가 휴일 동안 고심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의총에서 그런 방침을 의원님들께 말씀을 드렸고 지도부의 방침에 의원들도 다 공감을 하고 동의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같은 것을 반복할 필요가 특별히 있겠느냐, 하는 판단도 일부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 진행이 됐고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요구해서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받아들여서 진행되는 의사일정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강력한 항의 표시로 아예 불참 보이콧을 선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여당 입장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식으로 해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견해일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