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상 이전부터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고개를 들고 있었는데, 이날을 시작으로 당분간 연이은 금리인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미 장기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콤ETF체크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는 전날 99.59달러에 마감했다. TLT는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다. 미국 장기채 ETF 가운데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10일(100.69달러) 올 들어 처음 100달러를 돌파한 뒤 6거래일 동안 100달러선을 유지했다. 직전 100달러 돌파는 지난해 12월27일(100.51달러)이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하반기 들어 10.77% 올랐다.
이날 새벽 연준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로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은 올라간다. 채권은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 정해진 이자(쿠폰금리)를 지급받고 만기에 원금이 회수되는 상품이다. 만기까지 보유 시 시장 금리의 변동과 무관하게 고정 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단기 금리는 전날 4.1bp(1bp=0.01%포인트) 내린 3.609%를 기록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5.9bp 하락한 3.651%를 기록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고조에 달한 지난 16일에는 각각 2022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일 2년물 금리가 10년물을 밑돌면서 2022년 7월 이후 이어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도 처음 해소됐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는 장기채가 유리하다. 채권은 잔존만기(듀레이션)이 길수록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1년 만기보다 10년, 20년 만기 시 기대수익률이 높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앞으로 꾸준히 내릴 것이란 전망에 장기채 ETF에 자금이 집중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3개월 동안 TLT는 8387만달러 자금이 유입되면서 724개 미국 채권형 ETF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빅컷 이후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추가 인하 폭을 둘러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0bp인하를 새로운 금리인하 속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데이터에 기반해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장기채의 경우 단기채 대비 손실 가능성도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한다. 다만 연준이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조정하리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단기 가격 조정 시 매수 조언도 제기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기 방향성 자체는 금리 하방 경로를 전망한다”면서 “현 시점에서도 초과저축 소진에 따른 소비 지지력 약화와 실업률 추가 상승 가능성, 가려진 신용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일회성 인하보다는 추세적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 단기 가격 조정은 추격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상품의 경우 달러화 약세를 대비하는 환헤지(위험분산)형 상품을 추천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