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추가 군사적 선택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연합]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등 동시다발적인 폭발 공격이 벌어진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지상전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번 폭발물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불안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삐삐 공격 이전인 지난 16일 국방부 고위급 회의 때도 이스라엘이 곧 헤즈볼라를 상대로 본격 공세에 나설까 봐 염려된다고 말했는데, 레바논에서 이틀 연속 동시다발 폭발 공격이 일어난 뒤로 이러한 우려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 국방부 고위 관리는 17일 첫 번째 폭발 공격 이후 위기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까 봐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WSJ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일련의 폭발물 공격이 “더 광범위한 공격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의 교전으로 피란 중인 국경지대 주민들의 귀향을 전쟁 목표로 새로 추가하고, 가자지구 전쟁 주력부대로 활용했던 특공·낙하산 부대를 레바논과의 국경지대로 배치했다.
또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7일 북부 공군기지를 방문해 병력을 북쪽으로 돌리고 있다며 “새로운 전쟁의 시작점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아모스 호크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레바논과 전면전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은 군사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전날에는 오스틴 장관이 갈란트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레바논과 관련해 “외교적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라”고 촉구했으나 갈란트 장관은 군사행동을 고집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새로운 군사적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가 WSJ에 말했다.
전직 국방부 관리도 레바논에서 폭발물 공격이 이뤄진 시기를 지적하며 “이런 일은 다른 행동에 나서기 전에 이뤄지는 준비 작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에서 예비군 소집처럼 레바논 침공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아직 감지되지 않았으며, 침공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대규모 공세가 시작되려면 몇 주일 더 걸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방부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주요한 군사행동 없이 더 작은 규모의 작전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 명목으로 거의 매일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고, 이스라엘도 보복공격을 가했다.
최근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사회는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해 미국과 이란까지 끌어들이는 광범위한 지역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