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영풍정밀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장형진 고문에 대해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20일 밝혔다.
영풍정밀은 펌프와 벨브 등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영풍의 주식 4.39%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자 이를 적대적M&A로 규정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풍정밀은 이날 영풍의 장 고문과 사외이사 3인 그리고 이들과 공모한 MBK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밀실 공모’로 이뤄진 MBK와 영풍 간 계약으로 인해 주식회사 영풍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MBK와 김 부회장 등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의사결정 기반에는 장 고문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영풍정밀의 판단이다.
이에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그리고 다른 소액주주들과 함께 영풍 측 경영진, 그리고 MBK파트너스 등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정밀 관계자는 “영풍정밀을 비롯해 고려아연과 주주 등은 향후에도 각종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고소 등 법적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소에는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 박정옥 설원복지재단 이사, 최창원 전 국무총리실 제1차장도 포함돼 있다.
영풍정밀은 “영풍이라는 회사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처분하면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 대표이사 2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사외이사 3인만으로 중대한 결정이 이뤄지는 등 각종 법률 규정을 무시했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한편 영풍정밀은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해 MBK의 자회사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이하 MBK)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에는 영풍과 장 고문,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하고 주식 일부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받는 내용이 담겼다. 또 MBK가 고려아연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은 사실상 영풍의 가장 중요한 영업용 재산”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풍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조5838억원인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무려 3조4774억원에 달한다”며 “이번 계약으로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 측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게 한 것 역시 영풍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