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한산한 대출창구 모습 [연합] |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되자 금융소비자들이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담보대출을 최대한 받고, 그걸로도 부족해 비교적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까지 받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은행권은 신용대출도 연봉 이내로 제한하는 등 수급조절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첫 주(9일 기준)까지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971억원으로, 지난 8월 말(103조4562억원) 대비 5409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 증가분을 일평균으로 계산할 시, 증가세가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일평균 404억원씩 늘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901억원씩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가파라진 것이다. 8월은 총 21영업일, 9월은 6영업일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수치다.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가 같은 기간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가계대출 잔액이 일평균 4584억원, 주담대가 4244억원씩 불어났다면, 9월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가계대출 3112억원, 주담대 2426억원으로 진정됐다.
주담대의 한도가 대폭 줄어들자, 금융소비자들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정부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려 주담대 한도를 줄였다. 특히 집값 상승으로 인해 대출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 불안정이 우려되는 수도권 지역에 한해서는 1.2%포인트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을 더 조였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가계빚 관리를 더 압박하자 은행들이 유주택자의 주담대 빗장을 걸어잠근 것도 담보대출을 받기 힘든 환경을 구축했다.
문제는 신용대출의 금리가 여전히 최대 10%에 이르는 등 높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 구간은 연 4.786~7.450%에 해당한다. 마이너스통장은 그보다 더 높은 5.510~7.095%를 기록 중이다.
케이뱅크 역시 고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의 경우 4.47~4.98%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지만,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플러스의 경우 연 5.15~10.47%의 고금리를 보이고 있다.
담보 대출을 다 받은 차주들이 신용대출까지 한도를 채워 받기 시작하면, 은행도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출 ‘풍선효과’에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도 죄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연 소득의 100% 내로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만약 다른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이미 받았다면, 연 소득에서 다른 은행 신용대출을 뺀 금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본인 결혼·가족사망·자녀출산·의료비로 신용대출을 쓸 경우는 연 소득 150%까지 최대 1억원 한도에서 빌려주기로 했다. 이 밖에 KB국민과 신한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일부 제한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