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8월초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이 된 엔 캐리 청산이 당분간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추세적으로 계속되고 일본도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이 있단 점을 시사하면서 잠재적 하방요인으로는 계속 잔존할 전망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20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직전인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자 미국 경기 후퇴 우려가 제기되면서 8월 초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동요했다.
일단 이번 결정에서 일본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엔화가 주식시장 폭락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추세적으로 일본 금리가 우상향 할 가능성이 크단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일본은행 총재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도 실질금리가 극히 낮은 수준"이라며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그에 따라 계속 정책금리를 인상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 금리를 올릴지에 대한 질문엔 "미리 말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며 "매번 회의 때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 12일 강연에서 경제·물가 동향이 일본은행 전망에 부합할 경우 기준금리를 "적어도 1%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빅컷(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으로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한 미국은 추가적은 금리 인하가 있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4.4%로, 내년도 연준 금리 목표치를 3.4%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연내 0.5%포인트, 내년 중 총 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금리 인상과 미국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리 차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인 캐리 트레이드의 흐름을 바꾼다.
그동안은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서 미국 증시의 기술주나 멕시코, 호주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는 내려가고 일본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여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말 일본 금리 인상 후엔 투자자들이 급하게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일본은행 금리 결정과 맞물려서 미국 고용시장 냉각을 시사하는 지표가 발표되면서 미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 인하 폭 확대 전망이 확산해 파장이 더욱 커졌다.
'블랙 먼데이'로 기록된 지난달 5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인 4,451포인트(12.4%)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와 대만 자취안 지수도 마찬가지였고 미 기술주도 수직으로 추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으로도 엔화 강세가 촉발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가 대거 정리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