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횡재세’가 오는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상, 유가상승 등 경제적 위기 속에서 거둔 기업들의 초과 이익을 EU국가들과 같이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업황이 기업에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만큼 횡재세를 과세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오는 10월 열리는 국회 기재위 국감에선 횡재세 도입에 대한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횡재세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특정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초과이익을 거두었을 때,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주로 금융권이나 에너지 기업들이 경기 불황이나 에너지 위기 속에서 과도한 이익을 얻을 때 적용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맞추고 초과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유사와 은행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이 발의돼 논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EU에선 횡재세가 시행되고 있다. EU는 ‘연대기여금’이란 이름으로 매출의 75% 이상을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생산, 채굴 및 정제 등으로 올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2023년 벌어들인 과세대상이 되는 이익이 2018~2021년 4개년 평균 대비 20% 넘게 늘어난 부분을 ‘초과 이윤’으로 보고, 이에 대해 최소 33%의 횡재세를 거뒀다. 국내에선 지난 2022~2023년 금리 인상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도입 논의를 촉발시켰다. 실제 이들 주요 은행들의 2022년 순이익은 11조원을 넘어선 반면 소비자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부담이 크게 늘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에너지 기업들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도 도입 논의 촉발에 한 몫 했다.
다만 횡재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뜨겁다.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금리인상이나 국제유가 급등을 기회로 ‘횡재’를 한 만큼 이를 세금으로 환급해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EU의 경우 횡재세를 에너지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한다. 반대로 횡재세가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초과이익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게다가 한시적으로 도입된 세금이 장기적인 세제로 변질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EU 역시 횡재세 운영기한을 2023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스페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유럽 각국은 2024~2025년으로 그 시한을 늘렸고, 적용대상 기업도 금융기관, 식품 유통업체까지 확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세요건과 관련해 초과이득과 적용대상 기업의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상황 변화에 따라 지정 실익이 감소될 수 있다는 점, 업황 변화에 따라 해당 기업에 손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점, 이미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과세소득이 높은 경우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 과세 체계를 가진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원 입법조사관은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연도에 대해 소급해 초과이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경우 이는 소급과세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는 방안보다는 해당 업종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나 기업 경쟁구조 확립,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