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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소송 중 절반은 무분별하게 소송을 내는 ‘소송왕’ 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사건은 총 7283건인데, 그중 정모 씨가 낸 소송이 3830건으로 52%에 달한다.
2년 이내 미제 사건으로 좁히면 전체 4154건 중 3829건(92%)이 정 씨의 소송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정 씨는 2016년부터 법관과 법원 공무원, 보험 회사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다량의 소송을 제기하는 ‘소권 남용인’이다.
그는 소송을 제기할 때 내야 하는 인지·송달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소송이 각하되면 불복해 항소하고 대법원판결에는 재심 청구를 하는 바람에 사건이 계속 증식하는 양상을 보인다.
정 씨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법원에 제기한 사건은 총 3만7425건이다. 서울고법에는 1만5937건, 서울중앙지법에는 1만4328건을 냈다고 한다.
무의미한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악영향이 크다. 법원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해 재판 지연으로 연결된다. 법원의 통계가 왜곡되는 문제도 있다.
대법원의 올해 상반기 민사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13.9개월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8개월, 2022년 11.7개월, 지난해에는 7.9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재판 지연이 심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 씨가 제기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평균 처리 기간은 올해 상반기 4.2개월로 크게 줄어든다. 2021년 4.7개월, 2022년 4.9개월, 지난해 4.4개월과 비교하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민사소송법이 개정돼 지난해 10월부터는 소권 남용인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접수를 보류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석준 의원은 “최근에는 전자소송의 편의성을 악용해 무분별하게 수백 건, 수천 건의 소장을 접수하거나 의미 없는 대용량의 증거자료를 반복적으로 제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제도상 미비한 부분을 정비해 소권 남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