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이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22일 고려아연은 “사망 사고와 중대재해 문제로 최근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을 내린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풍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결정은 적법한 결정이라고 맞받았다.
최근 잇단 근로자 사망 사고로 영풍의 각자 대표이사 2명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현재 이사회에는 이들을 제외한 3명의 비상근 사외이사만 남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작년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지고,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었다.
또 지난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등 최근 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등의 결정은 적법한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라며 "이사회의 구성원은 이사로 이뤄지며,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구분 없이 이사로서의 지위를 동등하게 보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내이사들의 부재로 사외이사들만 참여한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지분 매수 결정을 한 것은 문제없다는 취지다.
영풍은 이어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이사회를 개최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설명했다"며 "사외이사 중심의 결정이 훨씬 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경영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 집단이다.
이후 장씨·최씨 가문은 동업을 계속했지만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두 가문이 정면 대결 양상을 보인다.
애초 최씨 가문은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운영하고, 장씨 집안은 영풍그룹 전체와 전자 계열사를 맡았지만, 영풍이 고려아연의 현금 배당 및 경영·투자 방침에 반대하며 갈등이 커졌다.
두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함께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후 추가로 낸 보도자료에서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나선 ㈜영풍과 MBK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제련 분야 전문가들은 모두 고려아연에 있다"며 "고려아연 전 임직원이 함께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강하게 비난하는 상황에서 MBK와 영풍이란 '빌런 연합'이 제대로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을 한 번도 운영해본 적 없는 투기 자본 MBK와 적자에 허덕이고 대표이사들이 중대재해로 구속되고 각종 환경 오염으로 '제재 백화점' 낙인이 찍힌 영풍과 그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풍은 "번번이 이사회를 무시하거나 우회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하게 하여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에서 적반하장격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고려아연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