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증권이 홈페이지에 띄운 금융사기 주의 안내문 |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SC증권의 VIP 고객을 전담하는 투자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꾀어낸 뒤 수억원의 투자를 유도한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접수가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경찰청은 조만간 집중수사관서를 지정해 수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SC제일은행 자회사인 SC증권을 사칭한 투자자문 서비스로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 10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한 진정인들은 적게는 2억원, 많으면 9억원의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규모만 수십억원.
해당 사건을 접수한 경찰서 관계자는 “증권사 껍데기를 입혔지만 전형적인 불법 투자리딩 사기”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접속한 투자 플랫폼 웹페이지. 정상적인 증권사 MTS처럼 투자금액과 투자종목 리스트가 표시된다. 실제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들이다. |
피해자들은 유튜브 재테크 영상에 달린 댓글 등을 통해 ‘공모주 투자정보를 제공한다’는 링크를 보고 처음 접촉했다. 링크는 SNS 메신저인 네이버 밴드로 연결됐다.
여기서 사기일당은 “SC증권에서 VIP 고객을 전담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오주현 전 SC증권 대표까지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은 특별 투자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투자 규모에 따라 유망 공모주를 배당 받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더불어 이들은 투자 플랫폼도 치밀하게 설계했다. 여느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과 닮은 웹페이지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낚았다. SC증권의 회사 로고도 새겨 넣었다. 일당에 속아서 투자금을 입금하면, 실제 상장된 코스닥 종목명과 수익률이 페이지에 표시됐다.
어머니가 이 투자리딩 사기를 당한 A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알려준 계좌에 입금을 하면 그 액수만큼 투자 페이지에 뜨고 배정받은 공모주 리스트도 나왔다”며 “처음엔 어머니가 1000만원으로 시작했다가 문제가 없고 투자가 이뤄지는 것 같아서 5000만원, 1억원 순차적으로 넣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주택 구입자금으로 마련해 뒀던 목돈 4억원을 모두 입금했다.
'박채연'이란 인물은 SC증권의 비서를 사칭한이다. 피해자가 투자금을 인출하려 하자 'SC증권고객서비스센터'로 위장한 인물이 수수료를 선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
이처럼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긴가민가하며 초기엔 상대적으로 소액을 투자했다. 이 시기엔 피해자가 원하면 투자금과 수익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하며 사기조직은 경계심을 서서히 허문다. 그러다 투자액이 억 단위로 불어나면 이들은 ‘수수료’나 ‘세금’ 운운하며 일정금액을 선납해야 인출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수수료를 달라는데 (어머니가) 안 주니까 투자 페이지 로그인 자체를 막아놨더라”고 했다.
경찰청은 이 SC사칭 투자사기 피해 사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집중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만간 시·도경찰청의 수사팀을 지정해 통합수사를 지휘할 계획이다.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는 올해 8월 말까지 6143건(피해규모 5340억원)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기 유형이다.
SC증권 측은 “SC증권은 SNS 채널을 통해 고객들에게 투자나 주식스터디를 절대 하지 않는다”며 “본사를 사칭한 금융사기가 있음을 인지한 이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