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서 추락사한 20대女…함께 있던 예비신랑 “다투다 갑자기”

[SBS '궁금한 이야기Y']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졌다. 당시 함께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 예비 신랑은 다투다 갑자기 여성이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 18분께 해운대구 한 아파트 20층에서 여성 A(28) 씨가 추락했다.

당시 아파트에 함께 있던 남자 친구 B(30대) 씨가 119에 신고했으며, A 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B 씨는 약간의 말다툼과 실랑이를 하던 중 A 씨가 갑자기 베란다 쪽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20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 따르면, B 씨는 유족들과 나눈 대화에서 "말다툼하고 (A 씨가) '기분이 나쁘니까 친구들하고 놀고 오겠다’고 얘기했다. 싸운 상태에서 나가면 안 풀린다면서 (제가) 팔목을 잡았다"며 "(A 씨가) 그거를 뿌리치더니 '네가 원하는 게 이거지' 하면서 갑자기 베란다로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가 창문과 방충망을 여는 동안 뭐 했냐는 물음에 B 씨는 "현관에서 한숨 쉬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A씨가) 그렇게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떨어지면서 난간을 하나 왼손으로 잡았다. 그거라도 잡으려고 빨리 갔는데 못 잡았다"고 했다.

유족들은 B 씨의 설명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A 씨의 동생은 "크게 싸운 것도 없이 단지 풀고 나가라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바로 뛰어내렸다? 아픈 사람도 아니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뭔가 되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했다. 방충망을 열기 쉽지 않고 베란다 창틀의 높이가 110cm로 키 157cm의 A 씨가 넘기 쉽지 않은데, 그동안 B 씨가 막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집안에 몸싸움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었던 점, 밖에 나가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뛰어내렸다던 A 씨의 휴대폰이 방 안에 있었던 점도 지적했다.

A 씨의 아버지도 "(A 씨는)홈쇼핑, 필라테스 관리자, 파워블로그 등을 하면서 생활력이 강했다"라며 "극단적 선택을 할 아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Y']

A 씨의 지인들은 결혼 준비 과정에서 두 사람이 경제적 이유로 자주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 지인은 A 씨가 누군가에게 맞아 다친 사진을 보내며 누가 때렸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적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두 사람이 여러 차례 다퉈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사건 당일에도 A 씨가 B 씨와 낮부터 다투고 헤어졌으며, A 씨는 B 씨에게 '집으로 오지 말라. 헤어지고 싶다'고 했지만, B 씨는 '풀어야 한다'며 A 씨의 집으로 찾아간 뒤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B 씨가 A 씨에게 물리력을 가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남성의 몸에 긁힌 자국이 남아있거나 여성의 손톱 밑에 피부 조직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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